설 명절 친족 및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고 덕담과 함께 받아드는 세뱃돈 문화.
핵가족 주거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평소 얼굴을 보기 힘든 자녀와 손주들이 오랜만에 귀향해 문안을 여쭙는 설 명절의 반가운 상봉에도, 예전과 달리 '세뱃돈'이라는 명목으로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시사 poll 서비스 '네이트Q'가 성인 남녀 3,892명을 대상으로 세뱃돈의 적정선에 대해 설문 조사를 지난달 13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바 있다.
응답한 대상자 중 무려 과반수에 가까운 42%(1,668명)이 '서로 부담' 안 주고 안 받기에 투표해 1위를 차지했다. 준다면 기본적으로 5만 원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2%(1,653명)로 다소 미미한 차이를 보이며 그 뒤를 이었다.
이어 10만 원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대상자는 10%(394명),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10만 원 이상은 줘야한다고 응답한 대상자는 불과 2%(102명)에 그쳤다.
또한 설문 조사에 달린 댓글에는 "벌써부터 명절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다. 그렇다고 친정, 시댁을 안 갈 수도 없으니 누구를 위한 명절인가 싶다"며 부담스럽다는 의견과, "마음 같아서는 10만 원 쾌척하고 싶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 그러기엔 힘든 게 현실이다", "세뱃돈 문화, 이제는 없어지는 게 맞지 않을까?", "차라리 명절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며 물가도 올라가고 불경기는 이어지는데 명절 용돈·세뱃돈과 같은 지출이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세뱃돈을 위한 세배 문화", "조상들 차례도 안 지내고 해외로 나가는 판에 세뱃돈은 무슨"이라며 다소 격한 반응도 섞여있었다.
그렇다면 연령별 세뱃돈의 적정선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한화생명이 당사 및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임직원 2,096명을 대상으로 '설날과 세뱃돈' 에 대해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 세뱃돈 적정금액'에 대한 항목에서 '초등학생 이하' 3만 원, '중학생' 5만 원, '고등학생 및 대학생'에게는 10만 원이 적절하다고 투표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부모님 명절 용돈 적정선에 관련한 항목에서는 '30만 원'을 선택한 응답자가 36.2%로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20만 원'(26.6%), '50만 원'(23.5%), '50만 원 초과'(9.7%), '10만 원 이하'(1.9%), '계획이 없다'(2.1%) 순이었다.
아울러 세뱃돈은 몇 살부터 직접 관리하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한 항목에서는 '중학생'(37.0%), '초등학생'(34.6%), '고등학생'(15.7%), '성년 이후'(9.1%), '즉시'(3.5%)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어 올해 설 연휴 계획을 묻는 항목에서는 '가족 모임 및 방문'(57.0%), '집에 있을 것'(28.0%), '국내여행'(9.5%), '해외여행'(3.8%)의 순으로, 과반수에 가까운 설문 대상자들이 친족 방문 및 귀향이 아닌 개인 여가시간을 보낼 계획이거나 고민 중이라는 답변들이 나왔다.
위 두 설문 조사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뀜에 따라, 우리나라 전통 명절 문화에 대해 인식의 변화하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 상승과 '여의치 않은 지갑 사정'으로 인해 부가적인 지출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랜만에 대가족들이 모이는 즐거운 설, '세뱃돈 딜레마'의 부담감보다는 보고 싶었던 얼굴들을 마주하는 기쁨이 더욱 큰 명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