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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영의 남해 詩산책] 서울 지하철 단상

2024. 10.11. 14:01:55

慧鏡 곽기영

남해촌놈 서울행 버스를 타고
남부터미널에 내려 지인의 안내에 따라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개미들도 울고 갈 땅굴속이다.
그것도 잠시 쇠 마찰음과 밀려들고 밀려나가는
군상들 속에 잠식해 들어가는 내 육신.


나는 시골의 일상에서 다른 나라에 와 있었다.
나와 눈을 맞추지는 사람도 없다.
주위 사람과 말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정해진 법칙에 따라 앉고, 서고, 붙든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낑낑거려도 외면한다.


지하철 문이 닫힌다.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닌데 가방에서 옷 주머니에서
일제히 꺼낸 건 휴대전화기를 꺼내든다.
어떤 이는 검지 하나로
어떤 이는 손가락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자기만의 사각의 세상으로 몰입한다.


표정이 없다. 모두 무표정이다.



조는 사람, 지하철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사람,
그리고 물건사라고 외치는 장사꾼.


몇 정거장 지나자 이놈의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하는가.
짧아도 너무 짧다. 속옷까지 보여도 나 몰라라 한다.
빈 좌석에 앉으면 지가 무슨 미국 영화배우인지
허연 허벅지를 드러내고 다리를 꼬아 앉는다.
참으로 눈길을 둘 데가 마땅찮아 어두운 창가에 둔다.
바라 볼 것도 없는데.


그러다 낮선 곳을 헤쳐나 가려면 창밖을 보는 것 보단
나도 이들의 세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증에 나도
전화기를 황급히 꺼내든다.
내 귓전엔 달리는 지하철의 금속성 마찰음만 들리는


낮선 세상이다. 아니 낮선 나라다.
나는 언제쯤 지하에서 탈출할 수 있으려나?



혜경 곽기영
- 現)2022 문학광장 회장
- 2012 서정문학 시 부문 당선 등단
- 2013 문학광장 시 부문 당선 등단
- 2014 문학광장 2대 회장(2014-2016)
- 2016 문학신문 2016년 신춘문예 시(詩)부문 당선 등단
- 現) 한국문인협회 회원
- 現) 남해보물섬독서학교 자문위원
- 2002 대통령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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