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한 남해군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유치를 위해 민관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사업 재원 분담을 둘러싸고 경상남도가 최근 도비 부담을 거부하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역의 주민에게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매달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전국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69개 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오는 10월 중순경 6곳 내외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남해군은 소멸위험지수가 전국 89개 군 가운데 7번째로 높고, 주민의 4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인 지역으로, 이번 시범사업을 지역 존립을 위한 절박한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남해군은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을 이끌 현실적이고 시급한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해군에서는 시범사업 유치를 위한 민간 차원의 의지가 총결집되고 있다.
군내 주요 민간단체들은 '남해군농어촌기본소득 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를 결성했으며, 이 연대에는 대한노인회 남해군지회, 전국이통장협의회 남해군지회, 남해군농어업회의소, 소상공인연합회, 여성단체협의회 등 각계각층의 단체가 참여했다.
추진연대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청년 유치, 지역 경제 선순환, 공동체 활력 회복, 군민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규정하며, 군 행정에는 "사활을 걸고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남해군 역시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남해군은 전담 TF팀을 신설하여 사업 계획 수립, 재원 확보 방안 마련, '남해군형 기본소득 모델 설계' 등의 실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충남 군수는 국회와 중앙부처를 직접 방문해 남해군의 절박한 상황과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펼쳤다.
또한, 지난 9월 9일부터 오프라인 및 QR코드를 활용한 온라인 범군민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현재까지 약 3천 장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오는 9월 29일 오전 8시 30분에는 유배문학관 광장에서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유치를 위한 남해군민 대회'를 개최하고 "경남도는 도비 분담 이행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유치 의지를 결집할 예정이다.
△ 경남도의 도비 분담 거부, 최대 난관으로 부상
이처럼 남해군 내에서 유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지만, 재원 마련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재원 구조는 국비 40%, 시·도비 30%, 군비 30%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경상남도는 도비 30% 분담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혀, 경남 지역 지자체들의 신청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경남도 측은 재정 부담 증가를 불가피한 결정의 이유로 들었으며, 최근 982억 원의 수해복구비 투입과 내년 농어민 수당 인상 계획 등을 재정적 어려움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사업 참여를 원하는 군 지역은 경남도의 몫까지 더해 총 60%의 재원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할 처지이며, 군 단위 재정으로 이를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해군의 경우, 인구 4만 명을 가정하면 연간 약 200억 원 이상의 군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며, 경남도의 몫까지 부담하게 되면 400억 원 이상을 군비로 부담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 지역 농민단체 등은 도비 지원 재요청과 함께 중앙 정부에 국비 지원 확대를 요청할 방침이다.
현재 경남에서는 남해군 외에도 거창, 함안, 하동, 고성 등 7개 군이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거창군은 사업 추진에 적극적이며, 경남에서는 처음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운동 지원조례를 제정하며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 재정 부담 완화 방안 마련이 관건
농식품부는 공모 지자체가 관할 시·도와 지방비 부담 비율 등을 사전에 협의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지방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업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남해군은 재정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비율 상향(예: 80:10:10 비율)을 강력히 요구하며, 단순 현금 지급을 넘어 지역 특성에 맞는 '남해군형 모델'을 설계하여 인구 유치 및 지역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최종 선정된 시범지역의 정책 효과를 분석한 후 본 사업 전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지만, 경남도의 도비 지원 거부라는 변수는 남해군을 비롯한 경남권 지자체의 시범사업 참여에 큰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남해군의회의 경우 경남도의 지원이나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한 다수가 회의적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