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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을병문학비' 품어준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2025. 10.02. 10:33:12

문학의 고장 남해군에 그 흔한 문학비나 현대문학관 하나 오롯이 없어 지역의 문학 동호인이 많이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지난 9월 26일 앵강고개 군민동산에 '정을병 문학비'가 세워졌다.
2023년 4월 남해도서관 주최 '남해의 작가 정을병, 다시 읽다'라는 정을병 작가를 재조명하는 문학 세미나가 열렸다. 이후, 정을병 남해문학비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전국 각지에서 115명이 성금 2,000여 만원을 모아 선생이 돌아가시고 16년 만에 정을병 선생의 유언대로 "앵강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문학비를 세울 수 있었다.
지난 1년여 동안 정을병 문학비 건립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을 주시고 정을병 선생을 품어준 고향마을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께서 관용과 화합의 계기를 만들어 주신 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정을병 작가는 남해군 이동면 금평마을에서 출생하여 이동초등학교, 남수중학교, 남해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신학대학을 다니던 중 문학 활동을 시작한 온전한 남해 출신 문인이다. 생전에 70여 편의 수많은 작품을 집필한 흔하지 않은 다산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소설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국제펜클럽 한국본부를 이끄는 등 한국 문학계에서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한 걸출한 문인이었다.
창작활동에서는 실존적인 측면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고발과 정치색이 짙은 자유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작품화하여 대표적인 고발문학의 기수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수많은 문학상 수상 경력으로 한국 문학계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특히 정을병 작가는 3만여 권의 많은 책을 읽은 다독 작가로 글쓰기를 천직으로 여겼다고 한다. 아울러 정을병 작가는 고향 사람 또는 고향 출신 문인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은 누구보다도 강했으며, 고향에서 옮겨온 황매화를 40여 년 돌봐오는 등 고향 사랑이 남다른 애향심이 강한 작가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을병 작가는 32년 전인 1993년 <월간중앙 5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임진란 당시의 시대 상황을 언급하며 남해 사람을 폄하 하는 듯한 필화 사건으로 남해군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후, 정을병 작가는 남해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히고 당시 김두관 군수를 방문, 사죄의 마음을 전달했지만, 고향 사람들은 30여 년의 오랜 세월 정을병 작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앙금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정을병 문학비 건립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먼저 작가와 고향 사람들 사이에 얽힌 매듭을 풀어야 했는데 작가는 이미 고인이 되었고 그의 직계 가족들이나 집안의 친인척은 흩어져 소식을 끊은 지 오래여서 지역 주민들과 화해와 용서라는 밑바탕을 다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24년 8월 인근 지역 이장님 등 주민대표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수차에 걸친 고향마을을 비롯한 주민들과의 간담회, 이동면 이장단회의 등 공론화 절차가 있었다.
또한 지역신문을 통한 정을병 작가와 문학비 건립에 대한 기고문을 십여 차례 이상 게재하는 등 문학비 건립추진위원과 남해 문학인들은 정을병 선생의 고향 사랑과 용서를 구하려 했던 본심을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앙금이 맺혀있는 주민들의 마음이 누그러지길 기다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지 문학인들의 죄송한 마음을 늦게나마 전한다.
정을병 문학비 건립은 한국 문학계의 걸출한 문인이었던 정을병 선생의 문학적 자산을 계승하여 남해 문학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본다.
이러한 정을병 문학비 건립을 위하여 끝까지 노심초사하신 남해출신으로 전 한국소설가협회장을 지낸 백시종 공동대표를 비롯한 추진위원님들과 건립기금을 흔쾌히 기부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군민 동산에 건립부지 제공과 조형물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합법적이고 항구적인 터전을 마련해 준 장충남 군수님과 남해군 관계자, 무엇보다도 정을병 선생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품어준 금평마을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흔히들 보물섬 남해군을 문학의 고장이라고 한다. 남해군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우리고장의 고전문학을 소개하는 유배문학관이 있고, 정을병 작가를 비롯한 200여 명의 근현대 문인이 배출되었다.
남해군에는 유배 문인을 대표하는 서포 김만중 선생의 이름을 딴 '김만중 문학상'도 15년째 운영되고 있고, 2022년 제13회 김만중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소중한 문학적인 자산을 가진 문학의 섬이다.
남해의 문학인들은 한국 문학계에 많은 족적을 남긴 정을병 작가가 고향 사람들에게도 인정을 받고, 김만중 문학상과 함께 그의 문학적 자산이 남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남해의 인문학적 자랑이 되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길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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