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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영의 남해 詩산책] 엄마의 젖

2024. 11.15. 11:26:25

慧鏡 곽기영

어릴 적 나는 잔 치레 병이 많아
항상 안타까워하시던 울 엄마!


이제 와서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어르신들은 울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내요.
"너는 아들을 잘 낳기 때문에 내가 없는 샘 치고
아이를 다시 낳으라고" 하셨답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강보(襁褓)에 쌓여 방 한구석에 밀려나
있었지만 그래도 살려보려고 젖을 물렸다지요.
엄마의 애틋한 마음을 알았는지 나는 엄마의 젖을 꼭
붙들고 명줄을 이어 이렇게 장성(長成)을 했다내요.


이제와 생각해 보면 엄마의 젖은
깊고 깊은 모정(母情)이었습니다.
때론 엄마의 젖은 만병통치약이었습니다.


겨울철 손등이 갈라지면 엄마는 하얀 젖을 꺼내어
발라주시면 쓰라림이 없어졌고,
눈병이 나면 엄마의 무릎에 가만히 눕히고 젖 몇 방울을 떨어트려 눈을 문질러 주시면 씻은 듯 눈병은 나아졌지요.


지금도 내게 생명을 주신 엄마의 젖을 바라보면 어릴 적
그리움에 두 눈 가득 이슬이 맺힙니다.


혜경 곽기영
- 現)2022 문학광장 회장
- 2012 서정문학 시 부문 당선 등단
- 2013 문학광장 시 부문 당선 등단
- 2014 문학광장 2대 회장(2014-2016)
- 2016 문학신문 2016년 신춘문예 시(詩)부문 당선 등단
- 現) 한국문인협회 회원
- 現) 남해보물섬독서학교 자문위원
- 2002 대통령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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