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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된 지금,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는 앞으로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할지를 놓고 치열한 모색을 해야만 하는 숙명적 과제를 안고 있다.
필자의 경험상으론 '최초, 최고, 최대'가 아니면 살아남기가 사실상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최초'라는 것은 창의성을 요 하는 작업이다.
남들이 했던 것을 따라가는 것은 평생 2등이다.
'최고'라는 것은 품질이다. 변화를 읽고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요구에 가장 최적의 상태를 제공해야 한다.
'최대'라는 것은 장기적 발전 대안이 될 수 있는 우수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생존을 위한 최적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남해군은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성공적 사례를 가진 '가능성의 땅'이다.
민선 초기에 김두관 군수가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던 스포츠파크 설립, 독일마을 유치, 장묘문화 전환은 단순한 지역개발을 넘어선 시대정신의 구현이었다.
그러나 이 성공은 시간이 지나면서 유지·계승되지 못했다. 특히 스포츠파크는 한때 '최초'이자 '최고'였지만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독일마을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해외 전입 마을이라는 애국적인 역사적 원래 취지를 잃고 유입 원주민은 대부분 독일로 돌아가고 이해관계자들의 펜션단지로 전락했으며, 장묘문화에 대한 국민 인식전환의 선도적 역할 또한 '최재천' 교수가 '숙론'이라는 책을 발간하며 숙론의 가장 희망적인 사례로 매장문화를 화장문화로 바꾼 사례를 강조하지만 정작 그 발상지가 남해였다는 것은 국민의 기억에서 잊히고 말았다. 스포츠파크는 단순한 운동장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상징성과 문화적 자산은 대한민국을 넘어 남해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콘텐츠였다.
한국 축구의 근현대사가 축적된 이 장소를 제대로 관리하고 보완한다면, '축구인의 성지'로 거듭나서 황금알을 낳는 스포츠관광이라는 새로운 고부가가치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다. 관건은 통합적 시각이다. 호텔, 트레이닝센터, 편의시설, 전문적인 정보의 제공이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패키지로 작동해야 한다.
이는 유통이 '원스톱 쇼핑'으로 변해 왔듯이, 스포츠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
현재 남해군에서 매입한 대한야구캠프에 시니어타운을 조성할 계획과도 충돌이 예상된다.
고요와 정숙을 요 하는 시니어타운과, 열기와 환호가 끊이지 않아야 하는 스포츠캠프는 병립이 어렵다. 게다가 천연잔디 관리를 위한 제초제 등 화학약품의 장기노출 문제는 거주자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야구캠프 터에 시니어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은 상당히 무모하게 보인다. 스타는 팬들을 몰고 다닌다.
한 명이 수백 명 수천 명의 관광 수요를 창출한다. 그래서 스포츠산업의 부가가치는 일반산업과는 달리 엄청난 것이다.
가수들, 배우들보다도 더욱 매력적인 분야다. 대신, 스포츠파크를 중심으로 야구캠프 자리에는 위락시설과 스포츠가 어우러진 체력단련과 놀이 공간으로 기획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남해는 지리적으로 '섬'이지만, 곧 그렇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해저터널의 신설, 국도 3호선 확장 등과 급속히 발전하는 하이퍼루프, 드론택시, 위그선 등 기타 국가 교통체계의 변화는 '물리적 거리'를 허물고, 남해는 진주, 사천, 여수, 순천, 광양 등 인구 150만 명 이상을 연결하는 중심도시가 된다. 이제는 자연환경, 안전성, 먹거리, 편리성, 전문성 등을 누가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도시 선택의 기준이 된다. 남해는 이러한 새로운 도시 기준에서 유리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유일한 배후지다.
민선 자치의 시대가 열리고 8기가 지나가고 있는 현재까지의 여정에서 추진했던 사업들은 대부분이 비용으로만 작용할 뿐 생산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도 다이어트힐링센터' '설리 스카이워커' '고현해상낚시공원' '대장경문화센터' '이순신순국공원' '마늘연구소' '유배문학관' '노도김만중유배지' '남해각기념관' 등 다양한 사업들이 제대로 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군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업추진 전에 철저한 타당성 분석과 장기적 비전을 검토해야 하고, 참여하는 사업의 주체에 대한 실행능력을 꼼꼼히 챙겨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부서 간의 단편적 분산투자보다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기존 시설들은 상호 연계를 강화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천시의 우주항공청 설립도 우리에게는 큰 호재다.
국제행사의 유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보안 문제에 있어서 남해군은 섬이라는 강점이 있다.
여기에 천혜의 자연환경은 더없이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항공, 기후위기 등의 국제적 행사를 위한 고급화되고, 규모화된 마이스(MICE) 산업을 유치하여 컨벤션 문화를 선점할 필요도 있다.
마이스 산업은 포상관광(Incentive),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산업으로 관광수입, 숙박업,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에 상당한 효과를 창출하여 줌으로써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물들 때 노 저어라" 그랬다.
지역 국회의원이 남해 출신이다. 여야를 떠나 통 큰 성과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서면 지역민은 보상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 '조선산단' '화력발전소' '석탄가스화복합발전' 등 여러 번에 걸쳐서 수십 년간 상대적 피해를 봤다.
국제항로가 연접한 입지를 감안하여 서상항 인근에 광양컨테이너부두와 연계된 배후시설인 국제적인 물류가 유통 가능한 국제항을 개발하는 문제도 조심스럽게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여 중앙부처와 협의해야 한다.
국제항 개발은 단순한 항만시설 구축을 넘어 지역경제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연간 약 500만 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건설 및 운영과정에서만 3,500억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일어나고, 2,000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또한, 지역 농수산물의 수출 경로를 확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AI)시대는 미래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감을 잡지 못할 정도로 너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인력과 행정단위의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남해군의 행정구조를 개혁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1개 읍 9개 면으로 되어있는 행정 지구 단위를 5개 정도로 통폐합해서 중복업무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사무직은 날로 고령화되어 가는 노령인구 문제를 대비해서 현장 복지 요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AI 스마트 정주타운, 환경친화마을 등을 조성하고, 농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부터 판매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가령, 스마트팜 같은 농수축특산물의 현대화된 시설과 가공공장의 지원으로 전국 소비자에게 남해군의 우수한 농수축특산물을 알리고,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임으로써 남해군 경제의 근간을 튼튼히 하고, 실질적 소득창출이 일어나도록 해서 청년 인구의 유입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친환경에너지자립도시 구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태양광발전이나 육해상풍력발전, 바이오메스를 활용한 환경친화적 도시 건설로 남해군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있는 청정지역임을 국제적으로 부각해야 한다.
마리나, 위그선, 유람선 등을 이용한 물건 독일마을, 미조, 설리, 상주, 앵강만, 가천, 사촌을 있는 해양관광벨트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들은 각각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의 관광벨트로 연결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위그선과 같은 새로운 해상 교통수단은 섬으로 이루어진 관광유적지를 효과적으로 이어줌으로써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점은 군정의 운영 철학이다.
"군수는 정치가가 아니라 경영자"라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정치인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군정을 이용한다면, 지역은 영원히 '정치의 주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한 번의 임기 동안 지역의 수십 년 후를 설계하는 '올인'의 자세가 필요하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결기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의 단계적 집행, 위탁 운영 등에 있어서 민관이 협력하는 등 행정적 유연성이 발휘되어야 한다.
남해의 변화는 공무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문가, 민간사업자, 지역주민이 함께해야 한다.
남해를 잘 알지 못하는 외부인사의 영입보다는 퇴직한 전문가의 재활용 등도 강하게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남해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회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깊이 고민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때만 열릴 것이다.
스포츠파크의 재도약, 국제항 개발, 스마트 정주타운, 마이스 산업의 선도, 친환경 관광의 구현. 청년 인구의 유입 등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선택되지 않으면, 또 한 번의 기회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는 멀리 있지 않다. 지금은 선택의 시간이다.
스포츠파크의 잔디 위, 바다 물길 아래 해저터널, 국도 3호선 지족-미조 간 연장 확장의 완성 등 가능성의 땅을 만들어 가는 그 모든 것들이 우리가 지금 하는 '선택'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