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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 고장의 '말의 맛'을 기록한 - 남해방언사전
"남해 사람들끼리 '가리방상허다'고 하면, 서로 닮았다는 뜻이다"

2025. 05.16. 09:48:01

『남해방언사전』은 우리 고장 남해의 사투리를 모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소개하게 된 계기는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남해FM공동체라디오방송을 운영하면서, 우리 고장만의 말을 방송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익숙하면서도 점점 잊혀져 가는 우리말이 얼마나 소중하고 정겨운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남해 군민들과 함께 이 귀한 말들을 다시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남해방언사전』은 무려 4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이다. 남해문화원에서 2023년 발간했다. 남해의 사투리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했으며, 각 단어에는 발음, 뜻, 실제 쓰임새 예문, 비슷한 말까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사전을 넘어서 남해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물이다. 이제 남해 사투리 몇 가지를 함께 살펴보자.

먼저, 남해에서 '강생이'라고 하면 '강아지'를 뜻한다.

'가마이'는 '가만히' 또는 '몰래'라는 의미로 쓰이고, '까시개'는 '가위'를 말한다.

또 '배신'이라는 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배신하다'가 아니라, '운동화'라는 뜻이다.

"새 배신 하나 사주이소" 하면, '새 운동화 하나 사 주세요'라는 말이 된다. 참 재밌지 않은가?'궁딩이가 개겁다'는 말도 있다. 여기서 '개겁다'는 '가볍다'는 뜻으로, 엉덩이가 가벼워서 한자리에 오래 못 있는 사람을 이렇게 표현한다.

반대로 '궁딩이가 찔기다'는 엉덩이가 질겨서 한번 앉으면 잘 안 일어나는 사람을 말한다. 사람의 성격을 엉덩이에 비유하다니, 우리말 참 재밌다.

부엌과 관련된 말도 많다. '정구지'는 부추를 말하고, '갈꾸리'는 갈퀴, '까시개'는 가위, '가리장'은 우렁이를 넣은 된장국이다. 생활용품으로는 '가리비노'가 가루비누, '가마때이'는 헌 가마니 조각이다.

이처럼 사투리는 그 지역의 생활을 그대로 담고 있어, 한 단어만 들어도 그 시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남해 사람들끼리 '가리방상허다'고 하면, 서로 닮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비슷하다'는 의미인데, '가리방상허다', '가리방허다', '가이방허다' 등 다양한 변형으로도 쓰인다. 상황에 따라 단어가 달라지는 건, 남해 사투리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단지 재미있는 사투리 모음이 아니다. 언어학적으로도 매우 소중한 자료다. 예를 들어, 남해 방언에서는 '겨자'를 '게자', '여자'를 '야자'라고 발음한다. 표준어와는 다르게 모음 체계가 단순하고, 중세 국어의 흔적도 남아 있다. '모셔오다'가 '모시:오다'처럼 장음화되는 현상도 있다.

이건 단어 끝에 '서'나 '에'가 생략되면서 앞 음절이 길어지는 특징 때문이다. 그래서 '마루에'는 '마루:'로, '장에'는 '자아'로 바뀐다. 남해 사투리는 단어만 다른 게 아니다. 문장 끝맺는 말도 다르다.

보통 표준어에서 '요'로 끝나는 정중한 표현은, 남해에서는 '이다'로 끝난다. 예를 들어, '잘 가세요'는 '잘 가시다'가 된다. 옛날 중세어 표현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남해방언사전』은 단순한 말 모음이 아니라, 남해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담은 책이다. 학교에서 지역어 교육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고, 관광 콘텐츠나 지역 방송에서도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남해FM에서도 이 사전을 바탕으로 사투리 퀴즈 코너나 사투리 인터뷰를 진행하는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책을 집필한 박성석·황병순 교수는 "말은 그 지역 사회의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며, "남해 방언을 갈무리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소중한 언어유산을 함께 지키고 나누는 일이다. 우리 고장의 말, 우리 부모님 세대가 쓰던 말을 잊지 않기 위해, 『남해방언사전』을 한 번쯤 펼쳐보면 어떨까. 사투리는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정감 있고 자랑스러운 우리말이다.

『남해방언사전』은 남해문화원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지역 도서관과 학교에도 비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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