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공부 태도나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공부는 하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겉보기에는 책상에 앉아 있는 듯해도 실제로는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학습 내용을 스스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다. 단순히 혼내거나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아이가 공부를 대충 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며, 그 원인을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무엇보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탓하기보다, 그 배경과 맥락을 함께 살피려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아이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진심 어린 관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접근은 마치 아이가 뜨거운 물에 손을 넣고 놀라는 모습을 보고, 원인이 물의 온도인지, 갑자기 튄 물방울인지, 심리적 요인인지 확인하는 과정과 같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 뒤에는 정서, 심리 상태, 생활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의 행동에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왜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천천히 고민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아이에 대한 신뢰와 관심을 바탕으로 하며, 무엇보다 비난보다 공감의 언어가 먼저여야 한다.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문제의 본질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길동이는 초등학교 1~2학년 때 숙제를 검사하지 않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숙제를 대충 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후 3학년 때 엄격한 선생님을 만나도 "걸리면 혼나면 되지"라는 식의 태도를 유지했다. 아이는 스스로 "나는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학습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아이 곁에서 멘토가 되어줄 부모가 꼭 필요하다. 단순한 지도가 아닌, 학습에 대한 책임감을 기르고,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경험이 반복되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 특히 어린 시기일수록 꾸준한 피드백과 따뜻한 지지가 절실하다.
또 다른 원인은 선행학습의 부작용이다. 두 학년 이상 앞서 배운 아이는 현재 배우는 내용을 "쉬우니까 대충 해도 돼"라고 여기기 쉽다. 선행학습은 일시적으로 자신감을 줄 수 있지만, 오히려 현재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흥미를 잃는 부작용이 따르기도 한다. 특히 초등학교 5, 6학년 시기는 학습 습관이 자리 잡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지금 배우는 내용을 충실히 익히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가 '지금, 여기'에서 배우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학습은 단지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대충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유창성 효과(fluency effect)' 때문이다. 이는 내용을 겉으로만 보고도 다 안다고 착각하는 심리적 현상이다. 예를 들어 아이돌(Idol) 그룹의 춤을 보면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해보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뇌는 내용을 겉으로만 파악하고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착각하며, 더 이상 깊이 파고들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이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과도 관련 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며, 학습의 필요성도 잘 느끼지 못한다. 아이가 스스로 인식의 오류를 점검할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이가 자신의 이해 수준을 점검할 수 있는 진단평가가 필요하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스스로 보완해 가는 과정에서 학습 계획을 세우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자란다. 배운 내용을 친구나 부모에게 설명하게 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설명을 통해 개념을 정리하고, 자신이 이해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된다. 설명은 단순한 말하기를 넘어, 학습의 결과이자, 새로운 이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학습 내용을 언어화하는 과정은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열쇠가 된다.
소리 내어 읽고, 내용을 요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리 내어 읽으면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고, 문장을 놓치지 않게 된다. 낯선 단어나 개념이 나오면 스스로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읽은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은 이해와 기억을 동시에 강화한다. 또한 손으로 직접 글을 써보는 활동은 생각을 구조화하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게 해준다. 요약 연습은 개념 간 연결을 돕고, 학습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도 유익하다. 이런 작은 습관들이 쌓이면 학업 역량이 크게 높아진다.
아이마다 과목에 대한 흥미와 호불호(好不好)가 있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과목은 열심히 하지만, 싫어하는 과목은 대충 넘기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는 공부를 자주 미루거나 아예 회피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복구할 수 있는 과목이라면 여유를 둘 수 있지만, 수학이나 과학처럼 개념이 누적되는 과목은 지금의 내용을 놓치면 이후 학습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금 배우는 내용의 중요성을 아이 스스로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균형 잡힌 학습을 위한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아이가 싫어하는 과목일수록 더욱 섬세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결국, 공부를 대충 하는 습관을 바꾸려면 학습 태도와 방법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배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와주어야 한다. 공부의 목적은 단지 시험 점수를 올리는 데 있지 않다.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데 있다. 아이가 학습에 흥미를 느끼고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며, 그 역할은 인내심과 따뜻한 격려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실한 학습 습관은 단시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공부를 넘어 삶의 태도까지 함께 성장시킬 수 있다. 이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 가장 값진 선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