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럽의 선진국들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해 정부 또는 내각 붕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G7국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나라들이 국가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지역언론에서 다루기엔 범주가 너무 넓은 것 같은 유럽국가의 경제위기를 갑자기 꺼내든 것은 이들 선진국의 사례를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국가적 경제 문제가 지역사회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오히려 쉽게 예측, 분석해 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가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우리나라에서도 복지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경제정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성을 찾아야 하며, 그것이 지역사회와 서민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깊이 있는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출주도형 산업으로의 빠른 전환, 의료보험을 비롯한 각종 제도적 장치의 마련으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비롯한 국민 건강의 방패막이를 마련한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준비를 마친 듯이 보이고, 여러 선진국이 시행한 보편적 복지정책과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은 정부재정 지출확대를 통한 경제살리기 정책을 감당해 낼 만한 경제력을 갖춘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찬반을 논하면 대립되는 양극단의 시각에 의해 정당한 진단이나 예측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공격을 받거나 폄훼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양극단의 시각이 두렵다고 해서 가정 살림살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문제에 눈을 감는다면 본인들의 미래와 생존권을 남에게 그냥 맡겨버리는 무책임한 일이기에, 우리가 부러워했던 유럽 선진국, 한 때 선진국이었다가 몰락의 길을 걸었던 나라들, 신흥중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의 현재 상황을 한번 들여다 봄으로써 우리나라와 지역사회 경제정책에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이 글을 준비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선진국의 하나로 여겨지는 프랑스는 지금 심각한 경제위기로 인해 각종 사회적 갈등이 불거지고 내각붕괴의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전통산업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과 에너지,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과 생산력 등의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풍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선진국이다. '똘레랑스'로 대표되는 토론문화와 안정된 사회분위기, 탄탄한 사회복지시스템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하다.
그런 프랑스가 최근 대규모 정부 재정 축소계획을 발표하고 이에 반발하는 정치권에 맞서 총리 신임투표를 하는 지경에 이런 것이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는 과도한 부채로 즉각적인 위험에 처했으며, 지난 20년간 시간당 1200만유로(약 180억원)씩 증가해 왔다"고 밝히며 공휴일 축소 등 약 66조원에 달하는 예산 절감안을 통과시키려고 했다. 심지어 롬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IMF(국제통화기금) 개입 위험 존재"를 거론할 만큼 국가경제의 위기상황은 공식화되었다.
프랑스 정부의 누적된 부채는 올해 기준 3조4000억유로(약 5500조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16% 수준에 달한다. 이는 유럽연합(EU) 내에서 그리스(142%), 이탈리아(137%) 다음으로 높다. 공공지출로 인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히 복지, 교육, 국방 등의 비용이 대부분인데 이 가운데 복지 비용 비중이 가장 문제가 된다. 프랑스 역시 인구는 고령화되는 가운데 생산성은 정체되고 젊은이들이 정부부채를 떠안게 되는 세금폭탄을 맞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돈내는 니콜라(NicolasQuiPaie)'라는 SNS 계정이 급속히 유행을 타는 프랑스 상황으로 반영되고 있다. 작업복을 입은 지친 30대 '니콜라'가 등받이가 편안한 의자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는 70대 '베르나르와 샹탈'을 위해 돈을 대는 모습의 '밈'이 대표적인데, 결국 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이들이 베이비붐 이전 세대 즉 국가부채를 주도한 고령세대를 위해 소득의 대부분을 바쳐야 되는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비단 세대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지갑이 투명한 직장인과 영세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 역시 세금 문제와 경제위기 국면에 맞닥뜨리면 국가 재정위기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를 말할 때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단골로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경제상황이 매우 심각하지만 프랑스 정부의 긴축재정안이 좌초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미 실행되어 제도화된 복지정책을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것은 포퓰리즘 정책을 폈던 여러 나라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프랑스 정부는 생산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공공기관을 폐지하고, 3000여명의 공무원을 줄이며, 공휴일을 이틀 줄이는 방안 등을 포함한 긴축재정안으로 국가부채 확대를 막으려 했지만 야당과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던 것이다.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에서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시행되었던 복지정책, 소득분배 정책마저 국가부채의 경제위기 속에서 재검토를 해야하는 상황이 다가오는 만큼 우리나라의 복지, 분배, 지역균형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전 세계의 여러 사례를 비추어 보면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