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3월,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이 시행된다.
이 법의 중요한 취지는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지역사회에서 독립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 기반과 주거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다.
장애인의 삶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보호'에서 '권리와 선택, 자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20년 넘게 장애인 거주시설 현장에서 이용자들과 함께 생활해 온 시설장으로서 이 법의 시행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자립은 어느 한 기관이나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설은 준비해야 하고, 이용자는 노력해야 하며, 보호자는 믿고 동행해야 하고, 행정은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지역사회는 함께 품어야 한다.
시설은 '보호하는 곳'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곳'으로
시설 역시 변화해야 합니다. 시설은 이용자의 모든 것을 대신 결정하고 관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용자가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등 일상의 작은 선택부터 더욱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개인별 능력과 욕구에 맞추어 건강관리, 금전관리, 식사와 위생, 이동, 지역사회 이용, 대인관계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만 자립을 시설 퇴소와 동일한 의미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을 서둘러 지역사회로 내보내는 것은 자립이 아니라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자립의 속도는 사람마다 달라야 한다.
이용자 여러분께 드리는 당부
무엇보다 자립의 주체는 바로 장애인 당사자 여러분이다. 여러분은 누군가가 대신 살아주는 삶의 주인공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주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선택하는 연습을 많이 하셨으면 한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한다. 자립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다. 작은 일부터 스스로 해보았으면 한다. 식사와 개인위생을 스스로 챙기고,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약속 시간을 지키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도움은 당당하게 요청하는 것 역시 자립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다.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마십시오. 도움을 받는 것도 자립의 한 부분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고, 도움이 필요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삶의 범위를 넓혀가면 된다.
시설의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대신해 모든 것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분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동행자라는 사실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여러분의 작은 선택 하나, 작은 도전 하나가 자립을 향한 소중한 걸음이다.
보호자께 드리는 당부
보호자에게 자립은 기대만큼이나 걱정스러운 일일 것이다. "우리 아이가 잘할 수 있을까?" "혼자 생활하다 어려움을 당하면 어떻게 하지?"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삶을 대신 결정하기보다 당사자의 의사와 선택을 존중하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립은 가족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족이 장애인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로 함께하는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다.
시설과 보호자가 서로 신뢰하고 충분히 소통하면서 장애인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행정은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자립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거·돌봄·의료·이동·일자리·평생교육·문화·여가·위기지원이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특히 남해와 같은 농어촌 지역은 도시와 다른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주거를 구하는 문제, 의료기관 접근성, 대중교통, 활동지원 인력, 일자리 등 지역의 여건을 고려한 촘촘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행정은 시설이나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장애인의 삶을 중심에 놓고 시설·보호자·지역사회와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주민께 드리는 당부
장애인의 자립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지역사회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집을 얻었다고 해서 자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식당에서 식사하고, 병원을 이용하고, 문화생활을 하면서 한 사람의 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역주민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우리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조금 느리고 서툴 수 있다.
때로는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립은 어느 한 사람의 일이 아니다.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의 시행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법 하나만으로 장애인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설의 변화, 이용자의 노력, 가족의 신뢰, 행정의 책임, 지역사회의 포용이 함께할 때 비로소 자립은 현실이 된다.
저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원장으로서 자립을 단순히 "시설에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설 안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하며,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어가는 것 역시 자립의 과정이다.
그리고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장애인에게 우리 사회가 해주어야 할 말은 "이제 혼자 살아야 합니다."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겠습니다."여야 한다.
자립은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다. 자립은 한 사람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2027년 3월 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 모두가 함께 준비했으면 한다. 시설은 더 세심하게 준비하고, 이용자는 작은 것부터 스스로 도전하고, 가족은 믿음으로 동행하고, 행정은 촘촘한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사회는 따뜻하게 품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할 때 장애인의 자립은 하나의 정책이나 구호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이 될 것이다.
장애인이 장애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게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남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이웃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지역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진정한 자립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