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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삶이 꽃피는 정원의 섬, 남해 꽃보다 먼저 사람의 삶이 피어야 한다

2026. 09.18. 16:06:04

사랑의 집 김충효

민선 9기 남해군정의 슬로건은 '삶이 꽃피는 정원의 섬, 남해이다. 참 아름다운 말이다.
남해의 산과 바다, 들과 마을이 꽃과 나무로 어우러지고 사람들이 찾아와 쉬어가는 정원의 섬을 만든다는 구상은 남해가 가진 자연환경과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사회복지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온 한 사람으로서 이 슬로건을 바라보며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그 정원에서 과연 누구의 삶이 꽃피는가?" 정원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곳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진정한 정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없는 정원, 시력이 낮은 어르신이 안전하게 이용하기 어려운 정원,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없는 정원, 교통이 불편해 찾아가기 어려운 정원이라면 그것은 아름다운 공간일 수는 있어도 모두의 정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삶이 꽃피는 정원의 섬'은 경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민선 9기는 '모두가 누리는 사회복지'를 중요한 군정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군은 정원의 섬을 단순한 조경사업이 아니라 관광과 치유,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는 미래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정원을 복지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남해의 곳곳에 만들어지는 정원이 단순히 보고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어르신이 산책하고, 장애인이 참여하고, 아이들이 자연을 배우며, 주민들이 서로 만나고, 외로운 사람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특히 남해처럼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원 하나를 만들더라도 '얼마나 아름다운가'만 볼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읍·면마다 생활권 정원을 조성하면서 장애인과 어르신이 이동하기 편한 무장애 동선을 만들고, 벤치와 그늘, 화장실, 안전시설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다.
또한 정원을 지역복지시설과 연결할 수도 있다.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장애인거주시설, 지역아동센터, 경로당 등이 정원과 연계해 원예활동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정원은 훌륭한 복지자원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정원을 일자리와 연결할 수도 있다. 어르신에게는 정원관리 일자리를 제공하고, 장애인에게는 꽃과 식물을 가꾸고 판매하는 직업재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청년에게는 정원관리와 관광, 체험, 교육을 결합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원은 단순한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생산과 참여의 공간이 된다.
지역언론이 과거 남해의 복지가 정부사업을 그대로 집행하는 데 머물지 말고 남해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복지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던 것은 지금도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남해의 복지는 남해의 자연과 공동체를 활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원의 섬'은 남해형 복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나는 특히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정원의 섬'을 제안하고 싶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정원을 가꾸고,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 일하고, 아이들이 어르신에게 꽃 이름을 배우며, 귀촌인과 원주민이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정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낮출 수 있다.
꽃에는 장애인용 꽃도 없고 비장애인용 꽃도 없다. 어르신에게만 피는 꽃도 없고 청년에게만 피는 꽃도 없다. 누구에게나 햇빛이 필요하고, 물이 필요하며,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조금 더 기다려 주어야 하는 사람이 있으며,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들을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의 주인으로 참여시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회복지라고 생각한다.
남해는 이미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어르신들이 있으며,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주민들이 있다.
장애인복지 현장에서도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남해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장애인식 개선 그림공모전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모습을 청소년들에게 생각하게 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한 사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별적인 노력들을 하나의 큰 지역사회 복지체계로 연결하는 것이다.
'정원의 섬'이 성공하려면 행정만의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복지기관과 장애인단체, 노인단체, 학교, 마을공동체, 자원봉사단체, 농어업인, 청년, 귀촌인 그리고 무엇보다 군민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최근 남해군이 정원도시 조성과 정원산업 육성을 두 축으로 삼고, 생산·유통·교육·체험을 연결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나는 여기에 '복지'를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더하기를 제안한다.
정원도시, 정원산업, 관광과 함께 정원복지를 남해의 새로운 정책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정원에서 사람이 만나고, 정원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정원에서 장애인이 참여하고, 정원에서 어르신이 건강을 회복하고, 정원에서 아이들이 자연을 배우고, 정원에서 외로운 사람이 이웃을 만나는 남해. 그때 비로소 '삶이 꽃피는 정원의 섬'이라는 말은 단순한 군정 슬로건을 넘어 남해군민의 삶을 표현하는 말이 될 것이다.
꽃을 심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의 삶에 희망을 심는 일은 더 아름다운 일이다. 남해의 모든 마을에 꽃이 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남해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희망의 꽃이 피어야 한다.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많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혼자 살아도, 아이를 키우며 힘들어도, 남해로 새롭게 이주해 온 사람이어도 "나는 이 남해에서 존중받고 있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복지가 말하는 삶의 질이며, 지방자치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삶이 꽃피는 정원의 섬, 남해.' 이제 남해의 정원에는 꽃만 피게 하지 말자. 사람을 피우자. 희망을 피우자. 일자리를 피우자. 공동체를 피우자. 그리고 모든 군민의 삶을 피우자.
그렇게 될 때 남해는 단순히 아름다운 섬을 넘어, 사람이 살고 싶고, 함께 살아가고 싶은 진정한 '정원의 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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