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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영의 남해 詩산책
핏줄의 연혁

2024. 06.21. 11:17:39


慧鏡 곽기영

불쑥 가슴 속 심장이 나를
마을 골목길 이곳저곳 깊숙한 곳으로 이끈다.


오늘따라 쓸쓸함과 적막감이 온몸을 감싸는데
마을 안길을 걷다보니 한집 지나 2채, 3채는 빈집이다.


마을뒤편 도성산 정상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 심장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 보라 한다.


마을 회관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무지개 마을은
심장에서 파생된 동맥에서 실핏줄처럼 연결 되어있었다.


명맥을 잃은 것과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집들은
스러짐과 버팀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면서


스러지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집들은
조상들의 뿌리와 핏줄을 이어 오고 있었다.


이제야 느끼고 깨달은 것이지만 우리네 마을 골목길은
조상의 심장에서 파생된 핏줄처럼 집들의 연결 고리였으며


조상들이 마을 터전을 만들어 기쁨과 슬픔을 간직한
희로애락을 실어 나르던 핏줄이었던 것이었다.


또 다시 심장은 나를
단절 된 핏줄의 끝자락 골목 안 빈집 앞으로 나를 이끈다.


인기척 없는 빈 집이지만 그래도 주인이 있으니 들어오지 말라며
대문은 녹슨 자물쇠를 부여안은 채 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고


외양간 농기구들은 하얀 이불 덮은 채 오랜 쉼에 잠들어 있으며
마루에는 고양이들의 어지러운 발자국에 놀이터로 변한지 오래 이고


1987년도 10월 달 달력은 누렇게 변색 지나는 바람에 펄럭이며
열시 삼십칠 분에 멈춘 시계는 쉼 없는 세월 속에 휴식 중이다.


마당 잡초 속에 흩어져 있는 각 종 고지서를 들고 있었을
주인장의 손바닥에는 누렇게 퇴색된 나뭇잎 하나 얹혀 있다.


고지서를 바라보며 말라가던 가슴을 막걸리 한잔 들이키며
막힌 가슴 치며 금간 갈비뼈 흔적을 아직도 치유치 못하였으리라.


허물어져 가며 그래도 대들보가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이 집도
뜨거운 피를 받아 들였던 그 시절의 집이었으리라.


나보고 어쩌자고 심장은 마을 골목길에 나를 밀어 넣어
주인도 없는 쓰러져가는 이 집에 데려다 앉혀 놓은 것일까?


과거로의 흘러간 시간과 함께 텅 빈 마루에 홀로 앉아 있으니
따스하게 흐르던 온정 사라진 실핏줄 끝에 갇혀 버렸다.


심장은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하늘은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무거워진 마음 부여안고
낮과 밤의 경계선이 있는 바닷가로 너를 보러 왔다.


네가 물들이고
네가 그려낸 세월의 황혼 길이


어떤 모습으로 내려앉는지
어떤 모습으로 스러지는지


내가 너를 보러 왔다.


혜경 곽기영
- 現)2022 문학광장 회장
- 2012 서정문학 시 부문 당선 등단
- 2013 문학광장 시 부문 당선 등단
- 2014 문학광장 2대 회장(2014-2016)
- 2016 문학신문 2016년 신춘문예 시(詩)부문 당선 등단
- 現) 한국문인협회 회원
- 現) 남해보물섬독서학교 자문위원
- 2002 대통령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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