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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미래신문 기획 - 실종, 더 이상 개인문제 아니다
인구감소 위기 속 남해군의 또 다른 그늘 '실종' 군내 지난 5년간 180명 실종, 9명 미결

2025. 09.19. 09:32:48



2020년부터 2025년 9월 12일 현재까지, 180명의 군민이 실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그 중 9명은 아직도 귀가하지 않아 미결로 처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해경찰서의 실종사건 접수 통계 분석 결과, 매년 평균 38명의 실종사건 접수가 이뤄지고 있어 단순히 실종을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많은 숫자다. 군내 인구분포를 고려하면 우리사회가 지속적인 관심과 아울러 실종자를 찾는데 효과적 수색 방안,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담긴 조례 제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인구 소멸과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실종사건은 분명 지역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사회적 재난'이기 때문이다. 전체 실종자의 63%를 차지하는 '가출인'부터, 단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되는 '치매질환자'까지, 데이터가 가리키는 남해군의 위태로운 단면을 유형별로 심층 분석하며 그 근본적인 원인과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편집자 주>







▲ 실종 유형별 데이터로 본 남해군의 현주소 지난 5년간 180명 실종 접수



지난 5년간 발생한 180건의 실종사건은 크게 ▲가출인(114명, 63.3%) ▲치매질환자(25명, 13.9%) ▲정상아동(17명, 9.4%) ▲지적장애인(10명, 5.6%) ▲기타(14명, 7.8%)로 분류된다. 각 유형은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남해군이 직면한 사회적 과제와 앞으로 수립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시사한다.




가출 30~60대 남성 가장 많아…경제적·심리적 원인?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출인의 통계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은 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중장년 남성'의 모습이다. 전체 가출인 114명 중 남성이 72명으로 여성(42명)의 약 1.7배에 달했다. 3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남성이 67명으로, 전체 가출 남성의 93%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지역 경제의 가장 중요한 허리인 연령대의 가출이 93%에 달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들의 실종은 농어업 등 전통 산업의 위축과 새로운 일자리 부족이라는 남해군의 경제적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장년층을 위한 재취업 교육, 심리 상담 등 사회 안전망이 절실해 보인다. 한 사람의 가출은 단순한 부재를 넘어, 한 가정의 해체와 지역 공동체의 활력 상실로 직결된다.




돌봄 사각지대, '치매질환자' (25명, 13.9%)



치매질환자 실종은 수치상 두 번째지만, 그 위험성과 사회적 함의는 가장 심각하다.
실종자 25명 중 19명(76%)이 70세 이상 초고령층이며, 남성(9명)보다 여성(16명)이 월등히 많다. 이 성비 불균형은 남해군의 인구 구조를 거울처럼 반영한다.
남해군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여성(10,035명)이 남성(7,010명)보다 훨씬 많은 현실이 여성 치매 환자의 높은 실종률로 고스란히 이어진 것이다. 바다와 산, 저수지가 많은 남해의 지리적 특성상, 인지 능력이 저하된 치매 어르신의 실종은 저체온증, 실족, 익사 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현재의 공적 돌봄 시스템이 고령 여성 1인 가구나 노인 부부 가구의 치매 관리에 실질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간보호센터의 기능이나 요양보호사의 방문만으로는 24시간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없다. 결국 그 부담은 온전히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전가되며, 이는 또 다른 사회 문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의 그림자, '지적장애인' 및 '아동'



지적장애인실종은 10건(5.6%)으로, 남성 7명, 여성 3명으로 나타났다. 숫자는 적지만 이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예측 불가능한 행동 패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실종 시 범죄에 노출되거나 심각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집단이다. 이들을 위한 특화된 실종 예방 교육과 더불어,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및 주간보호시설 등 사회적 지지체계의 양적·질적 확대가 절실하다. 또한, 이들을 바라보는 지역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고, 실종 시 오해 없이 도울 수 있는 시민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정상아동실종 17건(9.4%) 중에서는 15~17세 청소년이 11건을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학업 스트레스, 교우 관계, 가정 내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문화·여가 시설이 부족하고 교육 선택의 폭이 좁은 농어촌 지역의 현실은 청소년들의 소외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들의 가출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절박한 신호다. 지역 사회 내에 청소년들이 언제든 익명으로 고민을 털어놓고 심리적·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문 상담 채널과 단기 쉼터 공간의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다.



▲ 남해군 실종사건 통계는 미래를 향한 경고장
 

 남해군의 실종사건 통계는 단순한 현황 보고가 아닌, 미래를 향한 '경고장'이다.
 중장년층의 경제적 고립, 노년층의 돌봄 공백, 장애인의 사회적 취약성, 청소년의 심리적 위기라는 남해 사회의 네 가지 약한 고리가 '실종'이라는 현상으로 응축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지금처럼 유형별 맞춤형 접근 없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남해군은 점차 활력을 잃고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는 '외로운 섬'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인구 소멸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골든타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처방은
 

 실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특히 생명과 직결된 치매 노인 및 지적장애인 실종을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입체적인 안전망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제언한다.
 



컨트롤타워로서의 '통합 연계 시스템' 구축

 
 경찰서,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장애인복지관, 교육지원청이 각자의 역할만 수행하는 것을 넘어, 실종 발생 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는 '실종 대응 컨트롤타워'를 설립해야 한다. 정기적인 합동 훈련을 통해 기관 간의 칸막이를 허물고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기기 보급' 확대 및 관리체계 구축

 
 치매 진단을 받은 위험군 어르신과 지적장애인에게 GPS 기반 배회 감지기 보급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기기 사용법 교육, 배터리 관리, 관제 시스템 운영까지 책임지는 통합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저소득층에게는 보급 비용뿐만 아니라 통신비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웃 살핌 순찰대'


  운영과거의 '품앗이'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마을 이장단과 지역 주민, 청소년 봉사자가 참여하는 '이웃 살핌 순찰대'를 조직해야 한다. 홀몸 어르신과 장애인 가구의 안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작은 변화라도 감지되면 즉시 관련 기관에 알리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실종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그를 둘러싼 가족과 공동체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우리 이웃이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사회로부터 '실종'되지 않도록, 데이터에 기반한 정교한 정책 설계와 이웃의 삶을 내 일처럼 보살피는 따뜻한 공동체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 위기를 지역 공동체의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태인 홍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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