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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재정난 속 결단…'도비 30%' 전격 수용
15일 경남도, 지방소멸 대응 최우선 고려 '도비 30% 부담' 수용
16일 경남도의회 본회의, 기본소득사업 2026년도 예산안 최종 의결
남해군, 2년간 '172억' 예산절감… 장충남 군수 "성공 모델로 보답하겠다"
본회의 만장일치 통과, 남해군-경남도 '지방 소멸 대응' 맞손
박완수 지사 "재정 부담 크지만 농어촌 회생 위해 결단"
읍 주민총회, "행정·의회·주민 합작품, 성공적 모델로 보답해야"

2025. 12.19. 09:21:29

▲ 장충남 군수가 지난 17일 열린 2025년 남해읍 주민총회에서 경남도의 농어촌 기본소득 30% 수용 사항을 군민들에게 보고하고 있다.

전국적인 관심 속에 추진 중인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경상남도의 전폭적인 지원 결정으로 든든한 날개를 달게 됐다. 지난 16일 경상남도의회 제428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이 포함된 2026년도 경상남도 예산안이 최종 의결되었다.
이번 예산 통과는 단순한 내년도 사업비 확보를 넘어, 지방소멸 위기극복을 위한 경남도와 남해군의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당초 경상남도는 세수 부족 등 악화된 재정 여건으로 인해 도비 분담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시범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남해군의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 가이드라인인 '도비 30%'를 전격 수용하는 용단을 내렸다. 이로써 남해군은 안정적인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시범사업 기간인 2년 동안 총 172억 원에 달하는 군비를 절감, 지역 현안 해결에 투자할 수 있는 막대한 재정적 여유를 갖게 됐다.
본지는 지난 60일간 치열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도출된 이번 합의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지난 17일(수) 남해읍 주민총회에서 나온 지역 리더들의 발언을 통해 향후 과제를 분석했다.



■ '신중론'에서 '대승적 합의'까지… 치열했던 숙의의 시간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재정 건전성과 시범사업의 효과성을 두고 깊이 있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 재정 여건과 현실적 고민


지난 11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광역지자체가 최소 30% 이상의 예산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자 경상남도는 깊은 고심에 빠졌다. 국세 수입 감소로 인한 교부세 축소 등 지방 재정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재정적 부담과 타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가 아닌, 도 전체 살림을 책임져야 할 집행부와 의회의 타당한 '신중론'이었다.



▲ 의회의 검증과 진통


이러한 우려는 12월 3일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 예비심사 과정에서 표출됐다. 도의원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정책 효과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예산안을 삭감하는 등 현미경 심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기도 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사업의 당위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검증의 시간이 되었다.



▲ 박완수 지사의 결단과 정부의 조율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중앙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박완수 도지사의 결단이 맞물리면서부터다. 정부가 "광역지자체의 책임 있는 참여(30% 부담)"를 강조하자, 박 지사는 남해군의 어려운 재정 상황과 지방 소멸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도비 30% 부담'을 전격 수용했다.  박 지사는 예결위 심사를 앞두고 "재정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지만, 농어촌의 회생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범사업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대승적으로 결단했다"는 뜻을 의회에 전달했고, 도의회 역시 이러한 집행부의 의지를 존중해 예산안을 최종 가결했다.


■ 경남도의 '통 큰 투자', 남해군 2년간 172억 예산 절감
 
이번 결정의 핵심은 경상남도가 남해군이 짊어져야 할 짐을 대신 나눠 가졌다는 데 있다. 당초 논의되던 18% 지원안 대신 30% 지원안이 확정되면서 남해군의 재정 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이번 시범사업은 2026년부터 2년간 진행되는 사업으로, 연간 사업비 약 702억 원을 기준으로 한 재정 분담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 [당초 우려] 경남도 18% 부담 시

 만약 경남도가 18% 지원에 그쳤다면, 남해군의 시범사업은 최악에 좌초되거나 또는 지방비 잔여분인 42%(연간 약 295억 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2년으로 환산하면 약 59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군비가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 [최종 확정] 경남도 30% 부담 시
 
 경상남도가 30%(연간 약 207억 원)를 책임지기로 결정함에 따라, 남해군의 부담 비율 또한 30%(연간 약 209억 원)로 대폭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남해군은 경남도의 지원 사격 덕분에 연간 약 86억 원, 시범사업 기간인 2년 동안 총 172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게 됐다. 이 172억 원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남해군이 기본소득 사업의 부작용을 막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보완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거대한 '종잣돈'이 될 전망이다.



■ [현장] 남해읍 주민총회, "안도감과 무거운 책임감 교차"
 
 예산 통과 다음 날인 지난 17일(수), 남해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2025년 남해읍 주민총회'는 예산 확보의 안도감 속에서도 정치적 입장에 따른 미묘한 긴장감과 무거운 책임감이 교차하는 자리였다.
 정부 여당인 민주당 소속인 장충남 군수와 류경완 도의원은 사업 추진의 동력을 얻은 것에 안도했지만, 국민의힘 소속인 정영란 군의회 의장은 당내 부정적 기류와 지역 내 반대 여론 속에서도 예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던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들은 소속 정당을 떠나 남해군을 위해 어렵게 내린 결단이라는 점에 공감하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주민들과 나눴다.
 


▲ 장충남 남해군수, "중앙-지방 협력의 결실! 성공 모델로 보답"
 
 장충남 군수는 축사에서 이번 성과가 중앙정부와 경남도, 남해군의 긴밀한 협력 결과임을 강조했다. 장 군수는 "오늘 오전 김민석 국무총리로부터 '잘 해결되어 다행이다'라는 격려 전화를 받았다"고 소개하며, "정부의 관심뿐만 아니라,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남해군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려준 박완수 도지사님과 도의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 정영란 남해군의회 의장, "밤낮없는 실무진의 노력, 빛을 발했다"
 
 정영란 의장은 예산 확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한 이들을 조명했다. 정 의장은 "백조가 물 위에서 우아해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쉼 없이 발버둥 치듯, 이번 성과 뒤에는 수많은 공직자의 땀방울이 있었다"며 감성적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지방비 매칭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닌 예산 부서 직원들, 그리고 도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함께 뛴 동료 의원들의 노고를 군민들께서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류경완 경남도의원, "건전한 비판과 토론이 만든 결과! 전화위복 됐다"
 

 류경완 도의원은 도의회 내에서의 치열했던 토론 과정을 회고했다. 류 의원은 "동료 도의원들이 제기했던 반대 논리는 매우 타당하고 필요한 지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삭발을 하면서까지 호소했던 남해의 절박함을 동료 의원들이 외면하지 않았고, 집행부 또한 재정 지원 확대를 약속하며 화답해 '전화위복'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 [전망] 확보된 '172억 종잣돈', 지방소멸 탈출의 '마중물'로 써야
 
 경남도의 통 큰 지원으로 예산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남해군 앞에는 이제 '확보된 재원을 얼마나 가치 있게 쓰느냐'하는 더 큰 과제가 놓였다.
 특히 시범사업 2년 동안 절감되는 총 172억 원은 남해군 1년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로, 남해군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전략적 재원이다.
 전문가들은 이 막대한 예산을 단순히 소모성 경비로 쓸 것이 아니라,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는 하드웨어에 영혼을 불어넣고 지방소멸의 파고를 넘을 '핵심 전략'의 종잣돈으로 써야 한다고 제언한다.
 



▲ 청년 정착 및 창업 생태계 조성
 
 기본소득이 '받는 돈'을 넘어 '버는 돈'의 마중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확보된 재원을 활용해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를 건립하고 '남해형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해야 한다. 청년들이 기본소득을 발판 삼아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창업에 도전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 정주 여건의 획기적 개선 (의료·복지 사각지대 해소)
 
 지방 소멸의 주원인인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이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시설 유치 지원, 어르신들을 위한 '100원 택시' 및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확대 등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복지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


 
▲ 마을 공동체 미디어 및 문화 활성화
 
 공동체 붕괴를 막고 주민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문화적 투자도 필수적이다. 지역 내 소통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공동체 미디어나 마을 회관을 거점으로 한 소규모 문화 프로그램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고 소통하며, 재난 시에는 안전망 역할을 하는 '풀뿌리 미디어'가 정착될 수 있도록 재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남해군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단순한 '현금 지급'을 넘어, '소득-일자리-복지-문화'가 선순환하는 새로운 지방 소멸 대응 모델을 완성해야 한다. 확보된 172억 원이 그 기적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인, 홍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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