慧鏡 곽기영
겨울 바닷가를 걷노라면
바람 속에는 짭조름하고 비릿한 내음이 보이고
뻘 속에 묻혀 선장을 잃은 반파된 목선이 보입니다.
황량한 겨울 숲길을 걷노라면
흐름을 멈춘 시냇물에 비친 내 그림자가 보이고
고사목 그루터기에 빼곡한 나이테가 허무(虛無)로 보입니다.
회색 도시의 겨울을 걷노라면
보도블록 사이로 올라온 끈질긴 생명력이 보이고
세태(世態)에 휘둘린 이가 버린 담배꽁초가 뒹구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적한 겨울 시골길을 걷노라면
어릴 적 개구쟁이로 뛰놀던 행복한 모습에 웃음 짓고
햇살 든 골목길 모퉁이에 앉아있는 할머니의 고단한 모습이 보입니다.
느리게 걷노라면
빨리 에 쫓기다 여태껏 바라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아름답고 행복한 또 다른 세상으로의 대칭(對稱)된 모습이 보입니다.
이 겨울
느림의 미학으로 서로 다른 세상의 모습을 가슴 가득 담아봅니다.
오늘은
겨울 바다가 모래톱 위에 새겨진 수많은 사랑의 발자국이 보입니다.
혜경 곽기영
- 現)2022 문학광장 회장
- 2012 서정문학 시 부문 당선 등단
- 2013 문학광장 시 부문 당선 등단
- 2014 문학광장 2대 회장(2014-2016)
- 2016 문학신문 2016년 신춘문예 시(詩)부문 당선 등단
- 現) 한국문인협회 회원
- 現) 남해보물섬독서학교 자문위원
- 2002 대통령표창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