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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크리스마스에 피어나는 '삼동의 천사화(天使花)'

2025. 12.26. 09:36:54

이학재

천사노인복지센터대표 (바다로교회 담임목사)

남해군 삼동면 행정복지센터 건너편에는 어르신들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천사노인복지센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살을 에듯 차가운 바람이 부는 한겨울, 센터 현관을 나서면 눈길을 붙잡는 경이로운 풍경이 있습니다. 차가운 보도블록 사이, 척박한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작은 꽃들입니다. 마치 정교하게 만든 조화처럼 보이지만,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생명의 빛을 발하고 있는 생화(生花)입니다.
이 꽃과의 인연은 지난 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삼동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시행한 '지족구거리가꾸기' 사업을 통해 저희 사무실도 화분 하나를 선물 받았습니다. 직원들은 그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출근길마다 물을 주고 잡초도 뽑아주며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쏟아부은 관심만큼 꽃은 화사하게 피어났고, 인근 버스 환승장을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꽃의 이름을 묻기도 하고, 연신 스마트폰에 그 아름다움을 담아갔습니다. 꽃은 뜨거운 여름날의 장마와 삼복더위를 견디며 씨앗을 맺은 뒤, 소명을 다한 듯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가을이 되어 그 빈자리에 다른 화초를 심고 가꾸던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화분 뒤쪽 건물 벽과 보도블록 사이의 좁은 틈새에서 연약하지만 강인한 초록 잎사귀들이 고개를 내민 것입니다. ;잡초가 아님을 직감한 저희는 화분 옆의 그 작은 생명도 함께 정성으로 보살폈습니다. 그리고 늦가을, 꽃은 다시 피어났습니다. 한여름 사라졌던 그 생명이 척박한 땅을 뚫고 다시 한 번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최근 지나가던 한 행인은 "이 추운 겨울에, 이 딱딱한 보도블록 틈에서 어떻게 꽃이 피어날 수 있느냐"며 경탄하셨습니다.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 꽃은 우리 천사노인복지센터 직원들의 진심 어린 손길이 빚어낸 결실입니다. 사랑의 돌봄이 있다면 한 겨울 척박한 틈새에서도 꽃은 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오늘도 '삼동천사화'를 가꾸는 마음으로 지역 어르신들을 정성껏 보살피고 있습니다. 이 꽃의 실제 이름은 '애기금어초'입니다. 하지만 남해 삼동면에서 '추운 겨울에도 피어나는 천사의 꽃' 이라는 의미를 담아 저는 '삼동천사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우리 센터는 지금 제공 중인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서비스를 넘어 정부에서 추진중인 통합재가서비스 제도 확대 도입에 발맞춰 '주간보호센터' 개설과 더불어 '찾아가는 간호서비스' 등의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지역의 대표 재가통합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남으로써 소외된 어르신들의 삶에 따스한 꽃을 피우는 터전이 되고자 합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성탄절입니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그분의 뜻을 새기며, 우리 곁의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난 삼동천사화처럼 우리의 사랑이 누군가의 시린 마음을 녹이는 작은 기적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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