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를 취재하며 기자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자본과 인구가 수도권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남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우리의 것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기록하며, 사랑하는가'에 달려 있다.
김동규 교수가 뿌린 평생학습의 씨앗, 마을 곳곳의 삶을 문화로 끌어올린 무대 위의 군민들, 그리고 15년간 남해의 상처와 시간을 묵묵히 기록해 '남해학'이라는 학문적 텍스트로 엮어낸 김미숙 원장의 집념은 하나의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것은 바로 문화가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땀방울 속에 존재하며, 이를 발굴하고 조명하는 것이 지역 언론과 문화 공동체의 공익적 사명이라는 사실이다.
문화를 '민족의 마지막 영토'라고 표현한 영상 메시지 속 어느 지인의 말처럼, 이번 제30회 문화의 날과 『남해 섬의 시간』 출판은 남해의 문화 영토를 한 뼘 더 넓힌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남겨진 과제는 행정과 의회, 그리고 지역사회가 화답하여 이 넓어진 영토 위에 튼튼한 '남해학'의 집을 짓고, 더 많은 군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과 제도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다. 남해의 진정한 시간은, 기록을 넘어 우리의 실천을 통해 내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