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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해외여행이 활기를 띠면서 국내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남해군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내 갈 돈이면 외국 간다'는 말이 현실화 되며 국내 여행의 매력과 콘텐츠가 해외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여행객들은 국내보다 해외여행에서 더 큰 설렘과 만족, 추억을 얻는다고 답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남해군이 '2025년 고향사랑 방문의 해'를 선언했지만 숙박업계에서는 7월말 8월초 극성수기임에도 예년과 달리 숙박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이에 관광 리서치 전문기업 컨슈머인사이트(Consumer Insight)의 최근 조사를 바탕으로 현 관광 트렌드를 살펴보고 남해군의 관광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국내보다 해외여행 선호? "더 대접받는다"
국내관광 침체와 해외여행 급증의 원인을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답은 SNS 세대의 '올릴 거리' 갈증에서 찾을 수 있다.
리서치 전문기업 컨슈머인사이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국내외 여행을 모두 경험한 여행자들은 여행 전 설렘과 기대, 여행 중 만족도, 여행 후 추억과 이야깃거리 모든 면에서 해외여행이 국내여행을 앞선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SNS에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20~30대 층일수록 해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젊은 여행자들이 열광할 만한 경험과 콘텐츠 개발, 그리고 그들이 이를 SNS에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해외 여행을 모두 최근 2년 내 다녀온 소비자들은 해외여행에 훨씬 더 높은 기대와 만족을 보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해외여행이 사진 등 남는 추억이 많고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항목에도 80%가 긍정했다. 이는 국내여행은 새로움도 설렘도 덜하고, 다녀와도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거리가 부족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여행은 '가성비'나 '여행자에 대한 대우' 측면 평가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이런 경향은 여행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인 집단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평소 여행을 많이 다니는 헤비유저나 SNS에 여행기를 올리는 업로더들은 해외여행이 국내보다 낫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20대 남성층의 해외 선호가 유별나다는 점이다. "해외여행지에서 여행자로서 대우를 잘 받았다"고 공감한 비율이 전체 평균 40%인데, 남성은 45%로 여성(35%)보다 높았고, 20대 남성은 50%로 젊을수록 크게 높아졌다. 더구나 SNS를 자주 이용하는 20대 남성은 60%, SNS에 직접 업로드까지 하는 20대 남성은 무려 65%가 해외에서의 특별한 환대를 느꼈다고 답해, 같은 20대라도 SNS 활발히 쓰는 이들이 체감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전체 평균 대비 25%p나 높은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K-팝과 K-컬처의 세계적 인기로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젊은 한국 남성들이 해외에서 특별히 환대받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20대 남성의 해외여행 증가는 2년 전부터 두드러졌고, 이번 조사는 이들이 정말로 해외에서 '대우를 잘 받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수치로 확인시켜줬다.
▲ '국내 갈 돈이면 외국 간다' 현실로
한편 국내여행을 꺼리는 심리에는 가격 대비 만족도의 문제가 뿌리 깊게 깔려 있다. 국내 여행객들 사이에서 흔히 회자되는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에 간다"는 말은 더 이상 빈말이 아니다.
이렇듯 국내여행에 대한 집단적 실망감이 누적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에 돈을 쓰느니 차라리 좀 더 보태 해외에서 '플렉스'(과감한 소비를 통한 만족)하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반면 국내여행에 대해서는 '초(超)긴축' 모드로 지갑을 닫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진단이다.
▲ 국내관광 침체 배경에는 SNS 기반의 소비행태 변화
국내관광 침체의 배경에는 SNS 기반의 소비행태 변화가 자리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20~30대 여행자들은 여행의 설계부터 후기까지 철저히 SNS를 활용하고 있었는데, 특히 인스타그램이 단연 선호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여행애호자들의 SNS 이용률은 카카오톡(87%)이 가장 높았고 유튜브(67%), 인스타그램(62%) 순이었지만, 콘텐츠 업로드 비율을 보면 카카오톡 51%, 인스타그램 36%로 인스타가 이용률 대비 높은 참여도를 보였다. 문자 중심의 카톡에서 사진·영상 중심의 인스타로의 대거 이동은 2030세대 여행 트렌드의 상징이다.
실제 인스타그램에 적극 업로더들은 여행 횟수도 많았다. 지난 2년간 국내 7개 권역 중 평균 2.9곳, 해외 13개 권역 중 2.2곳을 다녀와 비(非)업로더(국내 2.2곳, 해외 1.8곳)보다 훨씬 활동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인스타 업로더들의 소비 패턴이 기존 통념과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외여행에 돈을 더 쓸 것같지만, 인스타 업로더들은 해외에서 오히려 돈을 덜 썼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하루 평균 해외여행비 지출은 24.5만원으로, 비업로더(26.9만원)보다 1일 2.4만원 적게 지갑을 열었다.
국내 여행비는 업로더(11.0만원)가 비업로더(10.6만원)보다 살짝 많았는데 큰 차이는 없었다. 왜 SNS를 활발히 하는 여행자는 해외에서 돈을 아끼고 국내에서 더 쓸까? 업로더들은 국내여행 중에 "인스타에 올릴 만한" 이색적인 장소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추가 지출을 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길거리 풍경이나 현지 음식 무엇이든 SNS에 올릴 '그림'이 되니 굳이 돈 들여 특별한 것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 '놀거리 찾아 삼만리' 업로더 vs '쉴 곳 찾아' 비업로더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지도 SNS 활용 여부에 따라 달랐다. 인스타 업로더들은 여행지 선택 시 "놀거리", 즉 재미있는 액티비티와 체험거리를 가장 중시했고 국내 여행에서는 "먹거리", 해외여행에서는 "살거리"(쇼핑)를 그 다음 기대 요인으로 꼽았다.
말 그대로 이들의 여행 동선과 소비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콘텐츠(액티비티, 미식, 쇼핑)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반면 SNS 비업로더들은 국내여행에서 "쉴거리"(휴식, 휴양)와 "볼거리"(명소 관광)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정작 만족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큰 기대 없이 떠난 해외여행에서 더 높은 만족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여행환경이 휴식이나 관광 측면에서조차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방증이다.
한편 국내여행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분명하지만, 의외의 강점도 포착됐다.
먹거리(음식)만큼은 국내여행이 해외보다 만족도와 기대치 모두 높아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확인된 것이다. 응답자의 66%가 최근 국내여행에서 먹거리에 만족했고, 이는 해외여행 대비 13%p 우세한 수치였다.
다만 이러한 강점마저도 빛을 못 보는 것은 높은 물가와 신뢰도 하락이라는 국내 관광업의 구조적 문제 탓이 크다. 물가는 국내여행자들이 꼽은 최대 불만 요인으로, 해외에 비해 불만 비율이 22%p 높았고, 상도의(상행위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해외보다 14%p 많았다.
일부 상인의 바가지나 불친절 사례가 SNS와 언론을 통해 확산되며 전체 국내여행에 대한 불신을 키운 셈이다. 한 마디로 "볼거리, 놀거리도 부족한데 값만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SNS 시대, 개인 경험이 곧 여행 마케팅의 시작과 끝이 된 세상, 개인의 경험 공유가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떠올랐다.
이번 조사에서도 국내 여행지 결정 시 지인의 SNS 추천(41%)이나 블로그·유튜브 등 개인 미디어를 참고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지자체 공식 채널(9%)이나 여행사 등의 상업 채널(8%) 활용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코로나 이전인 2020년 조사부터 이어진 이러한 추세는 이제 확고해져, 여행 소비자는 더 이상 공공기관이나 광고성 정보를 찾지 않고 대신 팔로우하는 개인의 사진 한 장, 영상 한 편, 코멘트 한 마디에 여행지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여행자들에게 인스타그램은 정보 탐색부터 후기 공유까지 여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진짜 여행 애호자는 SNS에 여행 경험을 올리는 사람들"이라는 말처럼, 이들은 여행 준비 단계에서 인스타 감성의 장소를 찾아 나서고 여행 중에도 실시간으로 인증샷을 남기며, 귀국 후에는 해시태그와 함께 상세 후기를 올려 다른 사람들의 여행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SNS 업로더들의 자발적 콘텐츠 생산이 곧 국내여행 홍보로 직결되는 셈이다.
▲ 국내관광 회복, '올릴 거리'에 답이 있다
그렇다면 침체된 국내관광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라"고 조언한다. 단순히 여행객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여행을 통해 특별한 추억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국내여행 부진의 원인은 단순히 경기 탓이 아니라 "여행 전 설레지도 않고, 여행 중 가성비나 대접도 못 느끼겠고, 여행 후 남는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점으로 요약됐다. 결국 일상처럼 된 SNS에 올릴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국내 여행지마다 'SNS 각'이 살아나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예컨대 해외 부럽지 않은 색다른 놀거리를 개발하고, 지역 전통과 문화를 살린 체험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젊은 층이 열광할 만한 명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먹거리 분야는 국내 최대 강점인 만큼, 지역별 특색 있는 음식 축제나 쿠킹 클래스, 미식 투어를 활성화해 "이것 하나 먹으러 그 지역 간다"는 말이 나올 만한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다.
부족한 살거리(쇼핑) 요소를 채우기 위해 지역 특산품에 창의적 디자인과 스토리를 입힌 한정판 기념품이나 팝업 마켓을 기획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시도가 현장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친절로 뒷받침되어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관광지 바가지 요금 근절, 숙박·교통 등 편의 인프라 개선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여행자들이 기꺼이 경험을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SNS에 올릴 거리"의 중요성은 업계 종사자가 소비자보다 더 절실히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행자들이 만족스러운 순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길 수 있게 돕고, 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경관이 보이는 포토존을 설치하거나 재미있는 AR필터, 해시태그를 제공해 누구나 손쉽게 '인증샷'을 찍도록 하는 작은 장치가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SNS 챌린지나 후기 이벤트를 열어 여행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고, 우수 콘텐츠를 선정해 포상하거나 공식 채널에 재소개함으로써 선순환 홍보를 만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남 순천시는 여행객들이 정원박람회 방문 후 인스타에 인증사진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이야 말로 비용 대비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이겠다.
한 조사 보고서는 "소비자의 만족과 자발적 홍보보다 국내여행 부활에 소중한 것은 없다. 여행지에서 '올릴 만한' 경험을 하게 하고 실제로 업로드하게 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홍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관광업계와 남해군정은 MZ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콘텐츠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 관광객이'직접 홍보대사'가 될 수 있게 하자
남해관광산업을 살리려면 소비자가 "직접 홍보대사"가 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남해여행에서 얻은 감동과 즐거움이 자연스레 SNS에 퍼져나갈 때, 잃었던 남해여행의 경쟁력이 비로소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숫자에 나타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읽은 이상, 이제는 "가볼 만한 곳"이 아니라 "올릴 만한 경험"을 설계해야 할 때이다.
관광업계와 남해군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 자원에 창의적 이야기를 불어넣는 노력, 합리적 가격과 환대 문화 정착을 위한 자정 노력을 기울인다면, 국내관광에도 남해군에도 다시 선순환의 바람이 불어올 수 있을 것이다. SNS를 뜨겁게 달굴 특별한 우리 남해만의 재발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