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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기 선생의 교육이야기] 자기주도학습, 진짜 공부의 시작이다
이제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아이'를 길러야 하는 시대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찾아주고, 자기 주도적인 힘을 길러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2025. 08.08. 10:25:57

변화가 일상이 된 오늘날, 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 구조의 빠른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배우고 활용하며 새로운 문제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제 교육은 학생들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핵심 역량인 '자기 주도성'이 놓여야 한다.



자기 주도성은 학생이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주도적으로 학습하며, 학습 과정을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이는 단순한 학습 습관을 넘어, 미래 사회에서 개인이 주체적으로 삶을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이다.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여러 역량 중에서도 자기 주도성은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오늘날 교육은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인 학습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 경험과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입시 제도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진화하고 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업 성취보다 학습의 '과정'과 '태도'를 중시한다. 학생이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고 성장했는지, 어떤 지적 호기심과 탐구활동을 보여주었는지가 중요하게 평가된다. 지식의 결과보다 '배움의 이유'와 '배움의 여정'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는 고등학교 수업 방식과 학생들의 학습 태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학교 교육이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주도학습이란 무엇일까? 흔히 '스스로 공부하는 것' 정도로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자기주도학습은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스스로 실천하고, 결과를 점검해 개선해 나가는 전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에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 즉 내면의 동기가 자리하고 있다. 알고 싶다는 호기심,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자기 주도적 학습은 지속되기 어렵다.



대학들이 자기 주도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단순한 지식의 암기나 결과 중심의 학습보다 학생이 스스로 배움의 과정을 설계하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미래 사회에서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지적 호기심, 탐구 의지, 학업에 대한 적극성과 진취성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삼고 있다. 이는 학생이 단순히 '잘한 것'보다 '어떻게 배우고 무엇을 알고 싶어 했는가?'를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학업 역량'을 평가할 때도 단순한 성적보다는 그 이면의 학습 과정, 자기 주도적 노력, 실패를 통한 성장 경험 등을 중시하며, 이를 통해 학생의 학습 태도와 잠재력을 파악하려고 한다. 이러한 평가 방식은 교육의 본질이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는 점을 반영하며, 진정한 배움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기 주도성은 단순히 질문을 많이 하거나 수업 시간에 손을 드는 행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배운 내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관심 있는 주제와 연결시키며, 더 깊이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자기 주도성이 드러난다.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것을 탐색하는 활동이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이다. 즉, '지시받은 공부'에서 벗어나 '자신의 공부'를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자기 주도성을 타고나는 능력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기 주도성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충분히 길러질 수 있으며, 특히 작고 구체적인 성공 경험의 반복이 그 성장의 가장 큰 밑거름이다. 예를 들어, 하루 30분 집중해서 공부하기, 독서를 마친 후 짧은 글로 생각 정리해 보기, 공부 중 떠오른 질문을 하나 정리해 보는 실천 등은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효과적인 자기 주도성 향상의 방법이다. 이러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내가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다'라는 자기효능감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이는 다음 학습의 원동력이 된다. 결국 자기 주도성은 반복적인 실천으로 길러지는 역량이며, 작지만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단단해진다.



계획 수립 역시 자기 주도성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 목표 없이 공부를 시작하면 집중도 흐트러지고, 피로감도 쉽게 온다. 반대로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학습하면 시간 관리 능력이 향상되고, 자기 통제력도 크게 자란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계획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중간에 점검하며 조정하는 경험을 반복할수록 자기 주도성은 더욱 깊어진다.



자기 주도적 학습자는 자신의 학습 환경도 적극적으로 조정할 줄 안다. 어떤 장소에서 집중이 잘 되는지, 어떤 시간대에 학습이 효과적인지를 파악하고 환경을 설계한다. 디지털 도구로 학습 자료를 관리하거나, 자신만의 공부 루틴을 만드는 것 역시 자기 주도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또한 목표 설정과 피드백을 반복하며 자신의 학습 과정을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실천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 자신을 이해하고 학습에 반영하는 고차원적 능력이다. 자기 주도적 학습자는 결국 자신을 가장 잘 아는 학습 설계자로 성장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주도성을 기르는 데 있어 주변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부모와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지지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실수를 허용하며,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 자기 주도성은 '혼자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결국 공부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을 때 비로소 힘이 발휘되며, 자기 주도성은 외부의 통제가 아닌 내면의 동기에서 시작된다. 아이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자신만의 배움의 여정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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