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노트북>은 각각 주인공들이 인생을 바쳐 사랑해 마지않던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들은 청춘이 한창이던 시절의 이야기와 세월이 흐른 현재의 모습이 맞물립니다. 빛났던 과거에 비하면 현재 자신의 모습이 누추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진심으로 그들의 앞날을 응원하는 마음씨 따뜻한 영화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어렸을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와이키키 브라더스>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아 2001년 개봉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황정민, 류승범, 박해일 등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급 배우들의 무명 시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 배우들은 주인공이 역할이 아니며, 현재는 타계한 배우 '이얼'이 '성우' 역을 맡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의 우울한 현실을 잘 나타냈습니다.
거물급 밴드가 아니라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4인조 남성 밴드의 리더인 '성우'는 불경기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지역을 출장을 다니며 전전합니다. 게다가 노래방의 급격한 보급으로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어 결코 가기 싫어했던 고향에 되돌아오고, 자신의 첫사랑과 동네친구들을 마주하게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 영화에서 전혀 정상적인 생활을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주인공을 향해 오랜만에 조우한 고향 사람들은 하나같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너가 부럽다"고 말합니다. 주인공의 밴드 동료들은 현실적인 문제와 술, 도박에 손을 대며 점차 하나둘씩 줄어들고, 도저히 행복한 표정을 짓지 않는 주인공은 현재 '꿈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인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주인공 '성우' 혼자서 밴드를 지속하게면서 큰 결심을 하게되는 순간에는 과거 친구들과 함께했던 그 순간을 깨닫게 됩니다. 더이상 좋아하는 일이 자신의 '꿈' 혹은 구속하는 '악몽'으로 다가오더라도 영화는 '성우'를 계속 응원합니다. '성우'가 첫사랑과 고향을 떠나서 타지에서 함께 다시 시작하는 마지막 장면이자 이들이 함께한 최초의 무대에서는 행복한 표정만이 가득합니다. 심수봉의 '사랑 밖에 난 몰라',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 김현식의 '빗속의 연가', 송골매의 '세상만사' 등 20세기 말 명곡들과 함께 청춘들에게 응원하는 감독의 메시지가 너무나도 아름답게만 느껴진 영화였습니다.
세상에는 순수하면서도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운명처럼 만나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생애 마지막까지 함께 할 사람, 결혼서약서에 쓰여진 그대로 '영원한 순애보'죠. 하지만 사랑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두 사람이 떨어지게 되거나 그 힘을 잃기도 하는 등 사랑이라는 것은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 묘사되는 것만큼 우리 생각보다 나약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 <노트북>은 어쩌면 평범한 멜로 로맨스 영화처럼 보이지만 세상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축복받은 사랑을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요양원에서 '듀크'라는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진행되는 영화 <노트북>은 과거 카니발 축제를 방문한 노아와 앨리라는 두 열일곱살 청춘 남녀를 위주로 흘러갑니다.
그곳에서 노아는 부자집 딸 앨리에게 한 눈에 반해 끈질기게 데이트 신청을 하게 되고, 회전관람차에 매달리는 등 무모한 행동까지 하며 앨리에게 구애했죠.
급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드는 둘은 결국 연인 사이가 되지만, 앨리의 어머니가 극구 반대를 하게 되고 앨리는 뉴욕으로 떠나면서 둘은 떨어지게 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영화 <노트북>에서는 이렇게 노인 '듀크'의 노트에 기록되어있는 노아와 앨리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열일곱살 청춘의 순수한 사랑을 노인이 될 때까지 간직하고 있다는 이 영화는 많은 관객들에게 낭만을 선사하며 감동과 웃음을 주었죠.
현재는 톱스타가 된 라이언 고슬링 배우가 '노아' 역을, 로맨스물을 인간화했다는 사랑스러운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가 '앨리' 역을 맡으면서 실제로 영화가 끝나고 둘은 연인 사이가 될 정도로 궁극의 케미를 선보였습니다. 가을이 다가오는 요즘, 마음 한 켠이 쓸쓸하다면 오늘 이 작품들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요?
/백혜림·조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