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과 주민 간의 토지 소유권 분쟁이 항소로 이어지는 가운데 군청 일부 전산기계가 압류되는 사태가 벌어지며 갈등이 확대되고 있어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개인 재산권과 공공 이익이라는 양측의 주장에 따른 1차 소송에서 주민이 승소했음에도 남해군의 항소로 파장은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1심 법원에서 승소한 A 씨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8일 남해군 도시계획정보시스템에 대한 압류를 집행, 행정 전산업무 마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통상 개인이 승소하더라도 지자체를 상대로 압류 조치를 취하는 일은 보기 드문 사례인데 남해군을 대상으로 압류까지 진행한 사유와 이런 상황에서 남해군이 항소를 제기한 이유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소송의 발단
서면 서상리에 거주하는 A(73세) 씨는 자신의 소유 토지를 남해군이 무단으로 도로로 사용해 왔다며 1년 전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토지는 서면 서상리 1673번지 대지 145m²(약 43평)로 A 씨의 할아버지가 1929년 취득한 후 1973년 상속을 통해 부친에게로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가 지금은 A 씨가 소유하고 있다.
A 씨에 따르면, 1992년 1월 공유수면 매립 당시 남해군이 무단으로 이 토지를 아스팔트로 포장, 도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22년 2월 28일 해당 토지의 등기를 자신의 명의로 이전한 후, 남해군에 원상복구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남해군은 해당 토지가 50년 동안 도로로 사용되어 왔으며 현재는 공용도로가 되었으므로 소유권 행사는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해군은 해당 도로가 국도나 지방도, 군도, 농어촌도로와 같은 법적 보상 대상 도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A 씨는 군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소송을 제기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이에 2023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토지사용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남해군, 개인 소유 토지 도로 사용은 공익 목적이란 입장
남해군이 개인 소유 토지를 도로로 사용하고 있다는 문제와 관련해 '공익 목적의 사용'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A 씨가 제기한 토지 사용료 청구 소송과 관련한 군의 공식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토지는 50여 년 동안 도로로 형성되어 사용되어 왔으며 현재는 공용도로가 되었다. 소유권 행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도로는 국도나 지방도, 군도, 농어촌도로와 같은 법적 보상 대상 도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 사건이 선례가 될 경우, 마을 안길이나 농로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도로에 대해 보상 요구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군의 재정 부담과 행정적 혼란을 염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해군의 입장을 종합하면 해당 토지는 지목상 대지로 되어 있지만, 오랫동안 도로로 사용되어 온 불특정 다수의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도로라는 것이다.
▲A 씨 부부, 주민들로부터 비난까지 받아
A 씨(73) 부부는 현재 남해군을 상대로 1년여에 걸친 법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부부는 남해군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군에서는 소송을 제기하라는 답변만 돌아와 2023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토지사용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A 씨 부인은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을 겪었으며, 주변 사람들의 오해와 비난에 시달렸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특히 도로를 막았다는 이유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일부 친인척으로부터도 부정적인 반응도 경험했다고 한다.
▲ 법원, 토지인도, 사용료 이자 지급 등 명령 그러나 남해군은 항소
지난 8월 27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1차 판결에서 A 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남해군에 토지 아스팔트 포장 철거, 토지 인도, 토지 사용료 834만원과 연 12%의 이자 지급을 명령했다. 판결내용에는 행정기관의 무단 점유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개인의 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공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공익과 개인의 권리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행정기관의 결정과 행위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남해군은 1차 판결에 대해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남해군은 표면적인 항소 이유로 판결문에 토지 반환과 사용료 지급의 구체적인 기한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항소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A 씨 지자체 상대로 가압류 집행 결행 이유
A 씨는 1심 법원 판결 대로 남해군이 수용하고 해결 되기를 기대했지만 남해군이 곧바로 항소하자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고등법원의 판결이 언제 마무리될지 미지수여서 다시 지자체를 상대로 긴 법정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남해군은 당초 1심 판결만 받아오면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군 관계자의 약속과 달리 남해군은 곧바로 항소했고 항소한다는 소식도 관계 공무원이 아니라 남해군 변호사가 우리측 변호사에게 연락해 통고 받았기에 주민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며 군청 기기 가압류 집행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A 씨는 8일 1심 법원 판결에 근거해 도시계획정보시스템(UPIS)에 압류를 집행했다.
남해군에 따르면 이와 유사한 소송이 5건이 진행되고 있는데 판결까지 평균 2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해당 주민은 소송 비용, 변호사 선임 비용, 장기화되는 소송에 따른 지속적인 비용 지출로 인한 큰 경제적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행정 또한 군정 수행에 차질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통상 지방자치단체의 공용 또는 공공용 재산은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실제로 가압류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지자체가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승소 가능성이 높고 판결 이후 채권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 개인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는 예는 허다하다. 가압류는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법원이 심사해 결정한다.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