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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의 남해시론] 부족함과 원칙

2024. 06.21. 11:24:59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옳은가?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내게 해왔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을 존중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며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지, 그것이 내 삶의 기본이라 여기자. 그러나 살아보니 그게 참 어렵다는 현실 앞에서 많이도 좌절했다.

나와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도움을 주는 것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행동이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타인을 배려하려고 애썼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때로는 지식과 능력을 끊임없이 함양하여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한층 더 성장함으로써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이를 통해 더욱 많은 기회를 창출해,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여겨져 지속적인 자기 발전을 모색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하여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의미 있는 연대를 형성했고, 생산적인 인간관계가 유지되도록 무던히도 시도했으나 궁극적으론 타인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상호 의존적인 사회적 관계 속에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쳐내지 못해 늘 괴로웠다.

신체가 건강해야 정신적으로도 건강을 유지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활의 계율을 익히 잘 알면서도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관리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특히 지나친 술은 극도로 건강을 해치고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태도가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걸 알면서도 내겐 사치였다. 욕심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가지기는커녕 늘 궁핍에 시달리며 살아온 세월도 아프기만 하다.

자신만의 길을 찾고, 그 길 위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하여 자신을 속이는 일도 허다하였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스스로 자신을 믿지 못하는 우를 범하며 옳은 삶을 살아가야 할 기본마저 지키지 못하고 인생의 황혼기에 서 있는 것이 서글퍼진다.

매주 그럴싸한 글로 치장하여 사회를 진단하지만, 죄스러운 심정을 감출 수 없는 까닭은 이렇게 살아온 내 삶의 자국들이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부끄러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삼십몇 년간 최고경영자의 길을 걸어오며 한가지 자부를 느끼는 것은 공적 업무를 처리하면서 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일관되게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적용해 왔다는 것이다.

회사 외부와 관련된 사고 발생 시, 첫 번째론, 사건의 전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내부 감사나 조사를 위한 팀을 구성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해서 잘못된 업무 해석과 담당자의 자의적 추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규명했다.

두 번째론, 잘못된 업무 추진으로 인한 사회적 물의에 대해 즉각, 스스로 직접 공개적인 사과를 하고 신속하게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하고 있음을 알렸다. 조사 결과와 조치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믿고 정보에 대한 공유도 주저하지 않았다.

세 번째론, 현행의 내부 규정과 절차를 검토하고 실무자가 자의적으로 업무를 추진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하고자 규정을 강화하였고 중요한 업무나 정책 결정 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절차를 재정비하여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네 번째론, 즉각적으로 정기적인 업무 및 윤리 교육을 통해 대민 관련된 도덕적 의무와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업무의 정확한 해석과 추진 절차에 대해 실무자가 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했다.

다섯 번째론, 모든 책임은 최고경영자에게 있음을 통감하고 업무 추진 과정의 전반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여 자의적인 업무 처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였고, 직원 상호 간 부당한 업무 처리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도록 유도하여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여섯 번째론, 잘못된 업무 추진으로 피해를 본 이해관계자들에겐 적절한 보상이나 지원을 제공하여 신뢰 회복을 도모하는 데 소홀히 하지 않았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 전문가 자문을 얻어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분석하여 해결책을 마련했다.

일곱 번째론, 회사의 중요위치에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여 효과적인 관리 감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고, 필요한 경우엔 가혹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책임자에 대해서 직무를 재배치하거나 교체하여 조직 내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여덟 번째론, 직원들 간의 원활한 소통을 장려하고, 누구나 가감 없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열린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자 하였으며, 팀워크를 강화함으로써 부서 간 협력을 통해 업무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아홉 번째론,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여 투명성과 정확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기적인 내부 감사 기능을 가동하였으며 비슷한 사태가 재발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비상 대책과 위기 대응 매뉴얼도 마련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업데이트했다.

열 번째론, 업무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했다.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보상을 제공하고, 잘못된 업무 처리를 한 직원에게는 적절한 처벌을 통해 책임감을 부여했다.

그렇게 치밀하게 챙긴다고 했어도, 경영관리를 하는 과정에서는 상식의 선에서 판단했던 일들이 법률적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악법도 법이다."라는 현행법상의 기준을 피해갈 수가 없었고 이는 기나긴 세월 동안 나를 괴롭혔다.

인간은 실수한다. 그래서 인간이다. 다만 실수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나의 경험을 통해 본 개인적 부족함과 지키고자 했던 업무에 대한 원칙들은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속한 어느 조직이든 이런 딜레마를 안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 앞에 겸손해 져야 하고 스스로 되돌아보는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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