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용문사(승원 스님) 주최로 제2회 남해 용문사 한글 백일장(오는 4월 26일(토) 09:30~15:00)을 용문사 봉서루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구운몽』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음껏 즐겨라, 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또 다른 세계가 있지 않은가!" 마치(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황금소나무일세"라고 속삭였던 것처럼 말이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남해 용문사 한글 백일장에서 서포정신을 담아내자.
한국유배문화연구소(박성재)가 서포선생 추모제를 봉행한 지 어언 17년째가 됐다.
올해는 용문사 주최, 한국유배문화연구소 주관으로 제17회 서포선생 제333주기 추모제(오는 4월 26일(토) 10:00~12:00)를 용문사(템플스테이관 선열당(禪悅堂)에서 봉행하고, 이어 2부에서는 필자가 '서포소설의 성립 배경'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3부에서는 '용소폭포 마을 바래길' 걷기(참가자 준비물: 편한 복장, 식수, (필요시) 간식 등)를 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유배문화연구소는 유배문학의 대표 격인 서포 선생의 기일을 맞이하여 '유배문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①『구운몽』 창작지 남해 ②약천 남구만 선생의 국민 시조의 창작 배경지 남해, 그리고 ③용문사 소장 '수국사금패(守國寺禁牌)'의 진실과 인문학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그 까닭은, '노도 문학의 섬' 홍보 및 '김만중문학상'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남해유배문학관의 활성화를 기하고, 새로운 남해의 관광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여 전국 규모의 '서포문화제' 개최 준비를 위함이다.
■ 왜 서포가 남해 유배지에서
팔괘와 팔선녀를 언급했을까?
우리는 서포가 남해 적거 시절 『서포만필』 하권 8칙에서 "천지수화(天·地·水·火)가 풍산뇌택(風·山·雷·澤)으로 변화되면서 팔괘(八卦)가 갖추어진다.
내가 선천에 있을 때 늙은 중을 만났는데, 그 말이 이와 같았다.
'무량세계(無量世界)에는 단지 천지수화(天地水火) 네 가지가 있을 뿐이다. (중략) 오늘 우연히 『주자어류』를 보니(하락)(『서포만필』, 203~204쪽)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서포만필』 하권은 분명히 남해에서 지었다. 그리고 서포가 목적소설 『사씨남정기』와 「윤씨행장」도 남해 적거 시절 같은 시·공간에서 썼다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서포가 말년 남해 유배지에서는, 정치가가 아닌 문학가로서 주인공의 상정(常情)을 구성하고 있는 형(形)과 기(氣)를 자연의 팔괘(八卦)와 팔선녀에게 비유시켜 논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그 당시 농경시대 자연은 인간과 함께 하늘의 기(氣)와 땅의 형(形)과 같은 이치로 설명된다.
이러한 서포의 역리적 논리는 자연의 기미를 왕의 자품에 비유시켜 말하는 그 당시 농경사회의 문화적 사실에서도 발견된다.
이를 배영희 교수는 "만물(萬物) 구성의 원천인 사상의 천지수화(天·地·水·火)인 네 원소가 동기(同氣)하여 신선, 용신, 인간, 귀신이 하나로 화합할 때 구품극락이 이루어진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역리를 서포는 『서포만필』과 『구운몽』을 통해서 동시에 설명한다.
그렇다면 왜 서포가 남해 유배지에서 『주역』 팔괘(八卦)의 역리(易理)를 언급했을까?
이러한 유학(儒學)과 역학(易學)의 팔괘(八卦)와 관련성은 서포가 자주 인용한 소설 『구운몽』과 평론집 『서포만필』과 『서포연보』의 내용에서도 나타나고, 또 공자가 역학(易學)을 받아들인 사실에서도 인지된다. 특히 서포는 남해 유배지에서 누구보다도 역학 사상에 호의적이었다.
그는 천문역법과 역학 사상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 지식인으로, 그가 남해 유배지에서 저술한 『서포만필』과 한시 등 여러 저서를 보면, 역학(易學)에 대한 서포의 직접적인 생각들이 잘 나타나 있다.
예컨대 『서포연보』와 남해 유배지에서 어머니 윤 부인을 위해 찬술한 「윤씨행장」 등에도 역학 사상을 받아들인 서포의 생각이 잘 나타난다.
주목할 지점은 그 당시의 시대상과 농경 시대의 자연 기미와 인간사를 함께 동일시하여 생각하였던 역학의 사상들이 잘 조화되어 『주자어류』 정독(精讀)과 함께 도교의 신선사상이 서포소설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포만필』에서 이러한 역학의 사상이 보인 내용들은, 이상소설 『구운몽』에 등장하는 양소유가 '팔괘(八卦)'를 상징하는 '팔선녀'와 함께 여러 자연 기미를 현실 속의 여성인물들에게 비유시키는 내용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정경부인 윤씨의 저서 「정경부인해평윤씨행장」에 보면 그녀의 숙부인 서포의 문학세계를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그는 행장에서 많은 글을 박람해서 위에서는 경사자집(經史子集)을 비롯하여 아래로는 책력, 글씨, 산수, 지리, 번역 등에 통하지 않음이 없었고 석가와 노자의 같고 다른 점에서도 모두 본원과 말류를 연구 변별(정경부인 윤씨, 이종락 역, 224쪽) 했다고 전한다.
이러한 서포의 문장력과 다양한 사상의 인용은 그의 박식함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불교의 도법을 받아들인 도교의 노장철학과 음양오행설의 신선 사상이 『구운몽』과 이 소설의 주해서(註解書) 『서포만필』 하권 곳곳에 나타난다.
그는 『서포만필』과 『서포연보』 등에서는 책력과 풍수지리의 방위에도 능했기에 자연의 기미(幾微) 변화에 민감하여, 이를 작자 서포는 『구운몽』에서 팔선녀 각각의 여성인물에 나타난 개성들을 방위 구분으로 응용시켜 유학의 도덕과 역학의 천지(天地) 질서를 팔선녀의 명명(命名) 원리로 활용한 것이다.
그는 남해 적거 시절 성리학과 역학의 인용으로 주인공의 두 가지 인성을 능숙하게 암시한 것이다.
대개의 작자가 그의 내면에 잠재된 숨은 뜻이 독자에게 쉽게 전달되기를 원치 않듯, 서포 또한 남해 시절 「윤씨행장」을 토대로 그의 내면에 잠재된 무의식의 세계가 불교사상과 역학의 역리를 표면에 드러나지 않게 간과되기를 희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의 개략적인 논의는 『사씨남정기』와 『구운몽』은 숙종을 감오시키기 위한 목적소설로 보는 기존 연구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서포가 『주역(周易)』 64괘 중 몽괘(蒙卦)의 효사와 같이 계몽과 격몽(擊蒙)이라는 의미를 서포소설에서 활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글은 서포가 말년 남해군에서 직접 지었던 『서포만필』 하권에 실린 글이기에, 『사씨남정기』와 『구운몽』의 남해 창작설로 여러모로 분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지정학적으로 남해군의 무한 자산 '유배문화'를 활용한 '관광문화콘텐츠화' 방안이 궁극적으로는 남해군의 유배문화 관광자원 발굴이며, 사회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지는 실용적 대책과 방법을 연구할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약천 남구만 선생 시가비(詩歌碑, 동창이 밝았느냐) 조성, 즉, "2025 고향사랑 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남해는 시조의 본고장', 그리고 남구만 선생을 기리는 문화 행사로 '전국시조경창대회' 개최로 남해 유자와 지명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일이다.
결국, 남해 유배문화의 다양성은 오늘날 글로컬 관광문화콘텐츠의 개발과 발전에 핵심적인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남해군의 유배문화자원, 즉, 서포선생과 『구운몽』의 창작지 남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보물섬 남해를 대표하는 남해문화관광자원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고향이 남해인 남해군민과 향우님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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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폭포 |